딥브레인AI, 텐센트 제치고 中 AI 사업 따내

입력 2021-08-15 17:50   수정 2021-08-16 00:42


국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브레인AI(옛 머니브레인)가 독자 개발한 ‘AI 아나운서’를 중국 대형 방송사인 베이징방송과 칭하이방송에 공급했다. 텐센트 자회사 소고우와의 치열한 경쟁을 뚫었다.

장세영 딥브레인AI 대표는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달 초 베이징방송 칭하이방송과 AI 아나운서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베이징방송은 중국에서 CCTV(중국중앙TV) 다음으로 많은 시청자를 보유한 대형 방송사다. TV 채널만 14개다. 칭하이방송은 중국에서 자치구를 제외하고 가장 넓은 칭하이성의 대표 방송사다.

장 대표는 “입찰 과정에서 소고우 등과 경쟁했는데 우리 기술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 체결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소고우는 중국 정보기술(IT) 공룡기업 텐센트의 자회사이자 중국 3위 검색엔진업체다. 국내 기업이 디지털 휴먼 기술의 일종인 AI 휴먼을 수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딥브레인AI는 국내에서 AI 아나운서를 구현해 성공적으로 서비스한 점 등이 계약 심의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TV에서 뉴스 진행을 했던 이지애·김주하 AI 아나운서가 딥브레인AI 작품이다. AI 아나운서는 실제 인물의 영상을 AI로 학습한 뒤 방송 원고를 주면 그 사람과 똑같은 목소리, 말투, 몸짓을 재현한다.

딥브레인AI는 칭하이방송에 2명, 베이징방송에 1명의 AI 아나운서를 제작해 공급한다. 각 방송사는 올 하반기 AI 아나운서를 뉴스, 생활 프로그램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딥브레인AI는 AI 아나운서뿐 아니라 영상 합성으로 제작한 아바타가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영상 합성에 음성인식, 자연어 처리 등의 기술까지 결합한 기술이다. 이 기술로 만든 AI 은행원, AI 직원 등은 간단한 고객 응대·안내가 가능하다. 최근 세븐일레븐 무인편의점에 등장한 AI 직원이 딥브레인AI 작품이다. 회사는 이런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달 산업은행 등에서 4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투자 유치로 2000억원 수준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장 대표는 “AI는 기술력만 있으면 언어·문화 장벽을 상대적으로 쉽게 뛰어넘을 수 있다”며 “중국 방송사 계약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만큼 해외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딥브레인AI는 미국 나스닥 상장사 베리톤을 비롯해 다수의 미국·유럽 대기업 등과 AI 휴먼 공급을 협의하고 있다. 그는 “세계적으로도 AI 휴먼 수요가 많은 쇼핑, 유통 분야를 공략하려고 한다”고 했다.

최근 유치한 투자금도 해외 시장 개척에 주로 사용할 계획이다. 장 대표는 “10명 수준인 해외 지사 인력을 30명 정도로 늘리고 해외 마케팅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회사는 다양한 가상 AI 휴먼과 사람이 대화하고 놀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최근 인기몰이를 하는 ‘로지’와 같은 가상 인간이 메타버스 공간에 등장하되, 고도의 지능까지 갖춰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게 다르다. 영화 ‘그녀(Her)’에 나온 음성 AI 사만다 같은 모델이다.

장 대표는 “가상 공간에서 사만다 같은 가상 AI 휴먼들과 대화하고 친구가 될 수 있다면 메타버스가 훨씬 매력적인 곳이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어 “2년 내 기업가치 1조원의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하고, 미국 증시 상장도 추진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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