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걱정은 정치와 경제라는 국가 운영의 두 바퀴 모두가 온전치 못한 것이다. 여당을 중심으로 쏟아지는 엉터리 입법과 포퓰리즘 공약을 보면 이런 퇴행이 없다. 야권에서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담론도 제기됐으나 이 또한 말꼬리잡기식 논란을 벗어나지 못한다. 일련의 반(反)기업 규제입법과 간섭 행정은 코로나에 충격받은 경제를 계속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장기 교착의 한·일, 상호균등에서 벗어나는 한·중, 혈맹의 결속력을 의심받는 한·미 관계를 보면 외교·안보에서도 고립적 상황으로 내몰리는 것 같은 위기감이 든다. 한때 ‘K방역’ 운운하며 들떴던, 부실한 코로나 행정은 기본권 침해 논란 속에 정책불신만 자초하고 있다.
이렇듯 답답하고 가라앉은 사회분위기를 바꿀 계기로 76주년 광복절을 기대한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도 그런 기대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장밋빛 환상이나 보였을 뿐, 의미 있는 메시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반도 평화의 꿈’이라는 그럴듯한 언사도 대전제는 북한의 핵 포기다. 비핵화를 뺀 평화는 공허한 정도가 아니라, 굴종과 예속으로 가는 길이다. 관계개선 비전을 제시 못 한 ‘일본 문제’ 역시 감정싸움 뒷정리도 못 한 채 정부 임기를 마칠 판이다.
대통령과 여당이 정치·경제·사회의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논란을 키우고 갈등을 증폭시켜서는 곤란하다. ‘국정 무한책임’ 차원에서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에 귀 기울이며 성찰하는 것도 중요하다. 집값 대책, 백신확보 같은 현안부터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오류수정, 노동제도의 개혁 요구에 대한 부응까지 다 그렇다. 하지만 이번 경축사에서도 그런 노력은 없었다.
구태 정치에 사회적 분열이 깊어지면서 경제도 어두워진다. 이대로 가면 산업화도, 민주화도 퇴행인 채 ‘우물 안 한국 사회’가 될 것이다. 정부부터 이 시대 대한민국의 국제 좌표가 어디인지 냉철하게 찍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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