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 "정선 언니랑 쉐보레 (광고) 촬영중, 다들 조금만 기다려줘."
‘로지(Rosy·사진)’가 본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사진과 함께 글을 올리자 사흘 만에 '좋아요'가 4000개 가까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어떻게 기다려, 빨리 보고싶다", "코디(옷차림) 너무 예쁘다" 등의 댓글을 달며 호응했다.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4만8000명을 넘어선 가상인간 로지 이야기다. '버추얼(가상)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로지는 지난달 보험사(신한라이프) 광고를 통해 얼굴을 알린 후 업종을 가리지 않고 기업들 러브콜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쉐보레의 첫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볼트 EUV' 광고에 등장했다. 쉐보레는 자동차 업계 최초로 로지와 협업해 볼트 EUV·볼트 EV 홍보에 나섰다. 버추얼 인플루언서만의 특성을 십분 활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만끽하지 못했던 일상의 즐거움을 전한다는 계획이다.
로지는 반얀트리 서울 호텔의 풀장에서 파란색 비키니를 입고 등장해 '인증샷'을 찍어 호캉스(호텔+바캉스)를 즐기는 모습으로도 화제가 됐다.
이처럼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발벗고 나선 것은 로지의 홍보 효과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앞서 로지가 등장한 광고는 화제몰이에 성공했다. 지난달 1일 올라온 신한라이프 광고(30초 기준)의 조회수는 704만회에 달했다. 이후 추가로 올라온 15초짜리 영상 조회수는 채 한 달도 되기 전에 1100만회에 육박했다.
로지를 만든 기획사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의 김진수 이사는 "신한라이프 광고 이후 로지에 대한 협찬 제안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미지에 걸맞은 광고 위주로 엄선하고 있다. 시작부터 과도한 상업성을 띠는 것은 대중과의 관계 형성에 좋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로지를 필두로 국내에도 버추얼 인플루언서들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인공지능(AI) 기술과 딥러닝으로 무장한 LG전자의 '김래아'가 있다.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이자 싱어송라이터인 김래아는 올 1월 온라인으로 개최된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1'에서 AI 기술을 바탕으로 스스로 학습한 목소리로 유창한 영어 실력을 뽐냈다.
삼성전자 역시 다소 다른 결이지만 지난해 가상 인간 플랫폼 '네온(NEON)'을 공개한 상태다. 브라질 법인에서는 '삼성걸'이라 불리는 가상 영업 트레이너인 샘도 운영 중이다.
얼굴만 AI로 만든 중간형 가상 인간도 있다. 국내 디오비스튜디오가 만든 가상 인물 '루이'가 그 예다. 실제 사람의 얼굴 데이터를 바탕으로 AI가 새로 만들어낸 가상 얼굴을 실존 인물에게 입혔다. 현재 유명곡을 따라부르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시장에서는 버추얼 인플루엔서의 미래 성장성에 관심을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 배경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에 익숙한 Z세대(1996∼2012년생)가 있다. 미래 소비자에게 메타버스 세계가 낯설지 않은 만큼 소구력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 교수는 "2030 세대들이 SNS에 대해 굉장히 친숙하기 때문에 '가상 공간', '가상 인물'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졌다"고 평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메타버스 발달로 인해 (10대에게는) 가상의 세계가 현실과의 경계가 희미해져가는 수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메타버스 플랫폼 안의 아바타는 본인이 느끼는 문제점이 개선된 '워너비 분신'인 셈이고, 가상 인간 역시 하나의 인격체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코로나19 장기화 역시 한 요인으로 꼽았다. 수용자 입장에서는 가상 인간을 통한 대리만족 효과가 일부 나타난 것으로 풀이했다. 기업 입장에선 공간의 제약 없이 마케팅이 가능한 만큼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재섭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하고 싶은 일들을 못하는 상황이 2년 넘게 이어지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가상 인간을 통해) 대리 만족하는 부분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새로운 마케팅 도구의 관점에서 참신함이 있는 만큼 당분간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는 2022년에는 전세계 브랜드가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투입할 비용이 연간 150억달러(약 17조원)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그만큼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입지도 넓어질 전망이다.
다만 가상 인간 운영사에서는 지나치게 상업성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김래아의 활용에 대해 "외부 브랜드와의 협업이 일부 있었지만 아직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상황은 아니다. 초기 단계인 만큼 차근차근 키워나갈 것"이라고 귀띔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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