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올해 역대 2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뒤 성장세를 이어가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반도체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프리미엄 가전의 해외 판매 비중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D램·낸드 모두 강세
삼성전자는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63조6700억원, 영업이익 12조570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2분기는 가전과 반도체 비수기로 통하지만 서버를 중심으로 메모리 수요가 늘어난 데다 프리미엄 가전 판매도 많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메모리 사업에서 특히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이 나왔다. 서버와 PC용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해 예상치를 웃도는 출하량을 기록했고, 첨단공정 비중 확대를 통한 원가 절감에 성공한 결과로 풀이된다.
서버용 D램에서 기업의 투자 심리가 회복되고 중앙처리장치(CPU) 신제품 출시에 따라 서버 고객사의 신규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 컸다. 재택근무가 늘면서 PC·소비자용 반도체 주문도 이어졌다. 특히 고화질 영상을 PC 등에서 보는 소비자가 늘면서 반도체를 고용량으로 교체하려는 수요가 많았다고 삼성전자 측은 설명했다.
낸드플래시는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의 수요가 많았다. 서버용 SSD(낸드플래시를 활용한 저장장치)와 소비자용 SSD 주문이 모두 늘었다. 특히 128단 6세대 V낸드 판매 비중이 커진 게 고무적이었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이 기간 파운드리 사업도 역대 최대 매출을 일으켰다. 한파로 중단됐던 미국 오스틴 라인 가동이 예상보다 일찍 재개된 영향이다.
모바일에서는 베트남 생산 차질 영향이 있었지만 공급망관리(SCM) 역량을 통해 피해를 가능한 한 줄였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신제품 앞세워 성장세 지속
삼성전자는 하반기 모바일 분야에서 반도체 수요가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 시장이 커지면서 고용량 메모리 수요가 확대됐고, 주요 제조사들이 잇따라 신제품을 출시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서버용도 백신 보급 확대 및 경기 부양책 영향으로 기업의 투자 심리가 회복되고, 신규 CPU 채용이 확대되면서 고용량화가 지속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봤다. 재택과 출근을 번갈아 하는 형태의 근무가 자리잡으면서 기업용 PC 수요도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삼성전자는 기존 예상을 뛰어넘는 출하량으로 재고 수준이 현저히 감소한 상황에서 주력 공정인 15나노미터(㎚·1㎚=10억분의 1m) D램과 128단 V낸드 생산에 주력할 방침이다. 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체 시황 예측을 수시로 벌이고 있다고 회사 측은 덧붙였다.
업계 최소 수준인 14㎚ 선폭 공정을 기반으로 한 D램도 하반기 중 양산한다. 업계 최고 에칭기술을 적용한 더블 스택 176단 7세대 V낸드로 제조한 소비자용 SSD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최근에는 5㎚ 공정 기반의 웨어러블 기기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W920’을 출시했다. 엑시노스 W920은 웨어러블 기기용 프로세서로는 처음으로 최신 극자외선(EUV) 공정이 적용됐고, 최신 설계 기술까지 더해 기존 제품에 비해 성능과 전력효율이 크게 향상됐다. 이전 제품에 비해 CPU 성능은 약 20%, 그래픽 성능은 최대 10배 이상 향상됐다. 스마트워치에 탑재 시 3D 워치 페이스와 부드러운 화면 전환도 지원할 수 있다.
상반기 베트남 생산 차질로 어려움을 겪은 모바일 부문도 이를 갈았다. ‘폴더블폰 대세화’를 달성하기 위해 갤럭시Z 시리즈를 주력 제품 중 하나로 내세운다. 동시에 플래그십 라인인 갤럭시S 시리즈와 중저가 엔트리 제품으로 다양한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지난 11일 발표한 갤럭시 Z 폴드3는 이 같은 전략 중심에 선 제품이다. 7.6인치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 폴더블폰 최초 S펜 등을 탑재했다. 폴더블폰에 최적화된 전용 앱을 설치한 것도 특징이다.
16년 연속 세계 TV 시장 1위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도 세웠다. 지역별 수요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판매 방식과 물량 등을 수시로 다듬겠다는 계획이다. 국가별로 차별화된 성수기 프로모션도 추진한다. 최근에는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라이프스타일 TV 라인업도 늘렸다. ‘더프레임’ 85인치 모델과 ‘더 세리프’ 65인치 모델을 선보였다. 라이프스타일 TV로도 초대형 및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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