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이 올 상반기 국내 ‘빅4’ 정유업체 중 최대실적을 냈다. 비결은 석유화학, 윤활기유 등 비(非)정유 부문 대상 선제적인 투자에 따른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올 상반기 1조 200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역대 최고 실적이었던 2016년 상반기(1조1326억원)를 뛰어넘었다. GS칼텍스 (1조118억), SK이노베이션 (1조 90억원), 현대오일뱅크 (6785억원)가 뒤를 이었다.
정유업체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반기 기준 5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하지만 석유화학과 윤활유 등 비(非)정유 부문이 ‘구원투수’ 역할을 하며 올해 극적인 반등에 성공했다. 에쓰오일의 반기 영업이익 중 비정유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58.8%에 이른다. 휘발유와 경유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일찌감치 비정유 부문으로 눈을 돌린 것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에쓰오일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남는 찌꺼기인 중질유를 ‘신규 석유화학 복합시설’의 원료로 투입해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인 프로필렌을 생산했다. 중질유 고도화시설은 연간 70만 5000t의 프로필렌 생산능력을 갖고 있으며 하루 8만 4000배럴의 중질유를 처리한다. 회사 관계자는 “중질유는 원유보다 훨씬 저렴해서 천연가스, 세일가스를 원료로 하는 석유화학 설비에도 원가 경쟁력이 뒤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윤활유 원료인 윤활기유 부문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 부문에서만 4734억원의 영업이익이 나왔다. 윤활기유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8%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 비중은 39.4%에 이른다.
에쓰오일은 저가의 중질유 제품을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고, 품질이 높은 윤활기유를 생산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하반기 전망도 긍정적이다. 회사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주춤했던 경제 활동이 증가하면서 수송용 연료의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보여 정제마진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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