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장악한 15일(현지시간) 아프간으로 배낭여행을 떠난 영국의 한 대학생이 수도 카불에 발이 묶이는 일이 발생했다고 더선 등이 보도했다.
더선에 따르면 영국 버밍엄 출신인 마일스 로틀리지(22)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친구들에게 "주아프간 영국 대사관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며 "곤경에 처한 것 같다"고 알렸다. 영국 주간지 스펙테이터에 따르면 마일스는 여러 차례 탈출을 시도한 끝에 현재 카불에 있는 유엔 안전가옥에 피신해 있다.
영국 러프버러대에서 물리학을 공부하고 있는 마일스는 인터넷에서 '방문하기 가장 위험한 도시'를 검색한 뒤 카불을 여행 장소로 정했다고 한다. 그는 "최소 한 달 안에 아프간 정권이 무너지지는 않으리라 생각해서 여행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며 "유튜브에서 카불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봤기 때문에 안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껏해야 식중독에 걸리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여겼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미군이 아프간 철군을 시작한 이후 탈레반은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카불에 진입해 대통령궁을 접수했다. 탈레반은 지난달 아프간 내 400개 지역 중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절반 이상을 점령했다. 지난 6일 전후해서는 아프간 주요 거점 도시들을 공략했다. 이어 10일 만에 카불을 장악했다. 카불 진입까지 30일 정도 걸릴 것이라는 미국 관리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마일스는 여행 과정을 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와 미국 커뮤니티 사이트 4chan을 통해 기록하고 있다. 전날 그는 시청자들에게 "나는 이제 죽음을 각오했다.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이번 여행은 신이 나를 시험하는 것"이라며 "신앙심이 깊기 때문에 신이 나를 돌봐주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마일스는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은 것 같다고 더선은 전했다. 페이스북에 "이제 카불에 비행기편은 없다고 한다. 나는 아프간에 갇혔다. 약간 곤경에 빠진 것 같다"고 적는 등 비교적 담담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에는 그를 응원하는 댓글이 잇따랐다. "침착하게 대응하라. 반드시 살아 돌아와라" "안전하길 바란다. 모두 응원한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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