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아파트 매매 수수료 45% 낮아져…6억 전세 480만→180만원

입력 2021-08-16 18:16   수정 2021-08-24 15:23


정부가 2014년 이후 7년 만에 중개보수(수수료)를 대대적으로 손질하는 것은 최근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수수료 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졌기 때문이다. 4년 전 5억원짜리 아파트를 팔면 중개수수료가 200만원이었지만, 집값이 9억원으로 뛴 현재는 810만원이나 된다. 높아진 중개수수료는 가뜩이나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는 상황이 초래됐다.

정부가 내놓은 유력안(세 가지 개편안 중 2안)에 따르면 9억원 기준 매매 수수료는 절반에 가까운 450만원, 같은 금액대의 전세거래 수수료는 기존 720만원에서 360만원으로 줄어든다. 일각에서는 집값이 오를 대로 오른 상황에서 나온 뒤늦은 대책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고가주택 기준 9억원→15억원
현행 중개보수는 매매가격 기준으로 다섯 구간으로 나눠 일정 요율을 곱해 결정한다. 예컨대 5000만원 미만은 수수료율 0.6% 이하가 적용되고, 9억원 이상은 0.9% 이하에서 협의하도록 돼 있다. 매도나 매수 가격에 연동해 요율을 곱하는 방식이다. 이런 구조 아래에서 집값이 치솟다 보니 “서비스 측면에서 달라진 것도 없는데 수수료만 수백만원 더 내게 됐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이른바 징벌적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고가주택 기준(9억원)이 너무 낮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6억원 이상 주택거래 비중은 2015년 20.3%에서 지난해 38.5%로 늘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은 10억2500만원에 달한다. 4년간 가격이 63% 폭등하면서 서울 아파트 중 절반가량이 1000만원에 가까운 중개수수료를 내게 된 셈이다.


개편안은 이 같은 상황 변화를 반영해 6억원 이상 수수료율을 낮추고 고가주택 기준은 높이는 내용으로 확정될 전망이다. 국토연구원이 제시한 세 가지 안 중 유력하게 검토되는 2안은 고가주택 기준을 9억원에서 15억원으로 올리고 최고 요율을 0.9%에서 0.7%로 낮춘다. 2억원 미만은 현행대로 하되 2억원 이상 15억원 미만은 금액대에 따라 요율을 0.6%까지 높인다. 15억원 이상은 0.7% 이내 협의로 결정한다. 집값에 따라 계단식으로 중개보수를 0.1%포인트씩 촘촘하게 올리는 식이다. 이 경우 매매가격 6억원의 중개보수는 300만원→240만원, 9억원은 810만원→450만원, 15억원은 1350만원→1050만원, 20억원은 1800만원→1400만원으로 낮아진다.

1안은 2억~12억원 미만 0.4%, 12억원 이상 0.7%의 요율 상한을 적용한다. 3안은 2억~6억원 미만 0.4%, 6억~12억원 미만 0.5%, 12억원 이상 0.7%를 적용하는 안이다. 2안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1안과 공인중개사에게 유리한 3안의 절충안이다. 다만 1안에 비해 6억~9억원 중저가 주택의 중개보수가 상대적으로 덜 떨어져 일부 소비자의 반발도 예상된다.
집값 뛰어 ‘뒷북 개선’이라는 지적도
정부는 서민가계와 더 밀접한 임대차 계약에서도 수수료 부담을 크게 낮추기로 했다. 지금은 6억원 이상 구간에 0.8%의 요율 상한을 일률적으로 적용한다. 요율 자체가 높을뿐더러 일부 구간(6억~9억원)에서 전세 수수료가 매매 수수료를 역전하는 등 구조적인 문제도 발생한다.

2안에 따르면 전세 1억~9억원 미만 0.3%, 9억~12억원 미만 0.4%, 12억~15억원 미만 0.5%, 15억원 이상 0.6%의 요율 상한이 적용된다. 6억원의 전세를 구할 때 수수료가 현재 480만원에서 180만원으로 급감한다. 9억원도 기존 720만원에서 360만원으로 반토막 난다. 다만 3억원 미만 수수료 부담은 변동이 없다.

일각에서는 집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나오는 ‘뒷북 개선안’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번 개선안은 소비자들의 민원을 접수한 권익위원회가 지난 2월 국토교통부에 개선을 권고했다. 개편안이 저가 구간은 그대로 두고 고가 구간의 수수료만 크게 낮췄다는 점도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매매는 6억원 미만, 전세는 3억원 미만의 경우 현재와 수수료가 달라지지 않는다. 권익위는 거래금액별로 누진방식 고정요율을 제안했지만 정부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권익위 관계자는 “협의가 가능한 상한요율 체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공인중개사와 소비자 간 수수료 분쟁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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