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용 분리막 전문업체 WCP의 최원근 대표(사진)는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기차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서라도 국내에서 글로벌 넘버원 소재·화학기업이 나와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 대표는 이날 “휴대폰 반도체 등 기존 정보기술(IT)용 분리막 판매는 물론 전기차 배터리용 분리막 사업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2025년에는 국내와 해외 공장까지 포함해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WCP의 핵심 경쟁력은 세계 1위 분리막 업체인 일본 아사히카세이보다 1.5배에서 2배가량 높은 생산성을 갖춘 점”이라며 “독자적 기술을 통해 분리막 필름을 더 얇고 길고 넓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가 분리막 생산에 뛰어든 것은 오래전부터다. WCP 창업에 앞서 더블유스코프를 2005년 설립했다. 일개 스타트업이 분리막을 생산한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 국내 시장 분위기 속에서 일본 벤처투자협회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결과다. 더블유스코프는 일본에서 상장한 이후 국내에도 진출해 충북 오창과학산업단지 외국인 투자지역에 공장을 지었다.
최 대표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일본과 국내 대기업이 주도하는 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며 “품질은 동등한 수준으로, 생산성은 두 배가량 높은 수준으로 키운 게 지속적인 성장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의 장기 목표는 ‘대한민국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다. 삼성전자 근무 때 소재 부품의 중요성을 깨달아 창업한 그는 생명과 직결된 인공혈관, 인공판막 등 바이오 영역으로까지 분리막 원료(멤브레인 필터)를 활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담수화필터, 수소연료전지용 분리막, 염전용 염수 불순물 필터, 고어텍스를 대신할 내구성 높은 의류 원단 등으로 확장할 생각이다. 최 대표는 “지구 환경을 지키고 생명을 지키는 일, 비싼 원단의 대중화 등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일을 사업화할 것”이라며 “멤브레인 필터 하면 WCP가 생각나도록 회사를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WCP는 내년 상반기 기업공개(IPO)를 하기 위해 상장 주관사로 KB증권, 신한금융투자를 선정했다. 오는 10월 말~11월께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연매출은 지난해 1118억원, 영업이익은 155억원이었다. 올해는 매출 1800억원, 영업이익 4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충주=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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