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푸드 매출 2배 주역은 'R&D 심장'

입력 2021-08-16 17:59   수정 2021-08-17 00:40


2016년 신세계푸드 연구진에게 ‘비건 장어’를 개발하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두부로 장어의 살을, 가공한 김으로 껍질을 만들었다. 장어 특유의 빗살 무늬도 구현했다. 그런데 두부와 김이 잘 붙지 않는 문제가 생겼다. 우여곡절 끝에 효소를 찾아내 살과 껍질을 붙이는 데 성공했다. 최근 돼지고기 대체육 ‘베러미트’를 개발한 신세계푸드의 대체육 개발 여정의 시작이다.
매년 1500개 신제품 쏟아내는 전초기지
지난 13일 방문한 서울 성수동 신세계푸드 연구개발(R&D)센터. 민중식 신세계푸드 R&D센터장(상무·사진)은 “비건 장어는 성공과 실패를 떠나 새로운 걸 시도하는 DNA를 일깨운 프로젝트였다”고 평가했다.

장어 프로젝트를 계기로 연구센터는 지난 5년간 신세계푸드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끄는 주역을 맡았다. 레드오션인 국내 식품업계에서 신세계푸드 매출은 2014년 6521억원에서 지난해 1조2402억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기존 급식사업에 더해 식품 제조, 베이커리, 외식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식품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이 같은 폭발적 성장 뒤엔 R&D센터가 있다. 연구원 150여 명이 혁신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매일 머리를 맞대는 신세계그룹 푸드 콘텐츠의 전초기지이자 두뇌다. 매년 1500개 신제품이 이곳에서 탄생한다.

7층 연구실에선 대체육 후속 제품 개발이 한창이었다. 콩을 갈아서 단백질을 추출·농축하고, 액상을 분말로 만들거나 진공 동결하는 다양한 설비가 갖춰져 있다.

5년에 걸친 대체육 개발 여정은 쉽지 않았다. 신세계푸드는 노브랜드버거를 통해 지난해 ‘미트프리 치즈버거’(소고기)를, 올해는 ‘노치킨 너겟’(닭고기) 등을 선보이며 가능성을 타진했다. 모두 소규모로 한시적으로 팔았다. 노치킨 너겟은 개발하는 데만 2년 반이 걸렸다. 지난달 말 출시한 돼지고기 대체육으로 만든 콜드컷(슬라이스 햄)은 탱글탱글한 식감을 구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민 센터장은 “알맞은 식감, 염도, 색상 등을 찾아내기 위해 연구원뿐만 아니라 R&D센터에 있는 셰프, 파티셰 등 다양한 분야의 직원들이 의견을 낸다”며 “아이디어 단계의 시제품이 제품이 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고 설명했다.

콜드컷 신제품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국내 글로벌 피자 브랜드, 카페 브랜드, 호텔뿐만 아니라 미국 대형마트 체인 등 해외에서 공급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특급 호텔 셰프들이 메뉴 개발 참여
6층엔 역사적인 장소가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급식 메뉴를 개발해 품평하던 식당이다. 할랄푸드를 포함해 340여 개 메뉴를 개발해 공급했다. 당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장은 “역대 올림픽 케이터링 가운데 최고”라고 평가했다. 당시 히트를 친 버거 메뉴를 계기로 노브랜드버거가 탄생했다. 노브랜드버거는 단기간에 매장을 133개까지 확장하며 글로벌 브랜드가 장악한 국내 햄버거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식당 옆에 자리잡은 연구소에선 특급호텔 출신 셰프들이 노브랜드버거뿐만 아니라 베키아누보, 올반 등 외식과 급식 식당에 공급하는 메뉴를 개발하고 있었다. 한식 중식 인도식 등 다양한 요리에 맞는 주방 시설이 갖춰져 있다.

5층엔 급성장 중인 간편식을 개발하는 연구소가 있다. 이곳에서 연구원들은 신제품뿐만 아니라 대량 생산에 맞는 레시피를 연구한다. 신세계푸드는 이마트 가전매장에서 에어프라이어 판매가 급증하는 것을 보고 국내에서 가장 먼저 에어프라이어 전용 브랜드인 올반 에어쿡을 발 빠르게 출시하기도 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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