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달 성장지원실이라는 조직을 꾸렸다. 인수합병(M&A) 전문가인 안재훈 전 모건스탠리 서울지점 전무를 영입해 실장에 앉혔다.
M&A 등 전략적 투자를 추진할 성장지원실은 기존에 없던 조직이라 앞으로 사람을 채워 넣어야 한다. 불과 석 달 전 9개 임원급 실(室) 조직을 만들었는데 새 조직을 또 구성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는 이 회사는 조직과 인력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등 성장 페달을 힘껏 밟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속도전의 성패가 당장 내년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별’도 늘었다. 임원 수는 8명(2019년 말)→12명(2020년 말)→27명(2021년 6월)으로 1년6개월 만에 세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매출이 더 큰 삼성바이오로직스보다 임원이 더 많아졌다. 3월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원 수는 24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작년 매출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약 5배, 영업이익은 8배 가까이 많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작년 매출은 1조1648억원, 영업이익은 2928억원이다. 세계 최대 위탁생산(CMO)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작년 매출이 2256억원, 영업이익은 377억원 수준이었다.
팬데믹 이전까지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 백신업계 2인자였다. 독감·대상포진·수두 백신이 주력이었지만 GC녹십자에 밀렸다. 팬데믹이 모든 걸 바꿔놨다. 코로나19 백신을 즉각 대량 위탁생산할 수 있는 세계 몇 안 되는 공장으로 주목받았다.
변화는 당장 실적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매출이 2573억원, 영업이익은 1199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은 46%에 달했다. 작년 상반기엔 매출 599억원과 97억원의 적자에 그쳤던 회사가 탈바꿈한 것이다. 지난 2월 출하를 시작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일등공신이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내친김에 2024년까지 1500억원 넘게 투자해 기존 설비 증설과 함께 차세대 백신으로 떠오른 메신저 리보핵산(mRNA) 등 신규 백신 플랫폼 시설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6월 경상북도·안동시와 부지 매입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9만9130㎡의 부지를 추가 매입해 공장 규모를 16만1000㎡로 늘린다.
자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GBP510)의 임상 3상도 시작한다. 아직 코로나19 백신으로는 허가받은 사례가 없는 단백질 재조합 방식이다. 개발에 성공하면 국제민간기구인 감염병대응혁신연합(CEPI)에 대량 납품한다. 회사 관계자는 “R&D, 공정 인력뿐 아니라 주요 부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며 “다각적으로 인력을 보강 중”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공격적인 외형 확장에 대해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업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이 깔린 경영 행보로 볼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상황에서 도약 기회를 잡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밝다”며 “다만 일회성 이벤트가 사라진 이후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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