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데뷔한 지 10년, 228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라이언 오툴(34·미국·사진)은 환하게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16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파이프의 덤바니 링크스에서 막을 내린 트러스트골프 스코티시 여자오픈(총상금 150만달러)에서 우승한 뒤 한 인터뷰에서다.
오툴은 이날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8타를 줄여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를 기록했다. 에리야 쭈타누깐(26·태국), 찰리 헐(25·잉글랜드) 등과 함께 공동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그는 보기 없이 버디만 8개 잡으며 무결점 플레이를 펼쳤다. 아타야 티티쿨(18·태국), 리디아 고(24·뉴질랜드)를 3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오툴은 2009년 프로에 입문한 뒤 LPGA 퓨처스(2부) 투어를 거쳐 2011년부터 정규투어에서 활동했다. 지난 10년간 우승은 한 번도 못했다. 톱10에 든 것도 열한 번뿐이고, 올해는 한 번도 10위 안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선 3라운드부터 선두로 치고 올라가 우승까지 차지했다. 우승상금은 22만5000달러(약 2억6000만원).
티티쿨과 리디아 고 등이 맹타를 휘두르며 추격전을 펼쳤지만 오툴은 침착하게 선두를 지켰다. 9번홀(파4)에서 4m 버디를 잡아 단독 선두로 나섰고, 정교한 아이언샷을 앞세워 리드를 지켰다. 15번홀(파5) 버디에 힘입어 2타 차로 달아난 오툴은 17번홀(파4)에선 내리막 중거리 버디 퍼트를 홀컵에 떨어뜨려 승리를 확정지었다.
첫 승이 확정된 순간 오툴은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와 입을 맞추며 기쁨을 나눴다. 오툴은 2017년 레즈비언 미디어에 “파트너와 살고 있다”며 동성애자임을 공개한 바 있다. 그는 10년간 ‘무관’으로 지내며 투어생활을 접을지 고민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오툴은 “12월에 결혼하고 아이를 가질 생각이었는데, 그렇게 되면 내가 여기서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 싶었고, 올해가 마지막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결혼을 앞두고 골퍼로서의 삶을 접고 새로운 인생을 그리던 중 드디어 첫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오툴은 “엄마가 되면 투어생활을 하고 싶지 않았다. 아이가 있는데 투어활동을 하는 건 즐거워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내가 지금 골프를 그만둘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이정은(25)이 공동 7위(9언더파 279타)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이번 시즌 다섯 번째 톱10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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