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별보기

입력 2021-08-16 17:45   수정 2021-08-17 00:08

“별 하나에 추억(追憶)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詩)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밤하늘 별을 볼 때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자연스레 떠올린다. 시인이 별을 헤면서 추억을 떠올리고 닿을 수 없는 소망을 동경했듯, 우리 또한 별을 보면서 어떤 이야기를 떠올리고 이루고 싶은 꿈을 별자리에 새긴다. 예로부터 그랬다. 멀리 떨어져 있기에 정확히 알 수 없는 별을 보며 나름대로 상상하고 이야기를 지었다. 밤하늘의 별은 그야말로 스토리텔링의 무궁무진한 보물창고다.

나도 별보기를 좋아한다. 별을 관측하려면 양보해야 할 것들이 있다. 자정이 넘어 새벽까지 깨어 있어야 하고, 때로는 빛공해가 없는 시골 산골을 찾아가야 한다. 특히 겨울에는 좀 긴 시간을 추위에 떨어야 한다. 또 별자리를 반복해 익혀야 하고 별자리 이야기도 챙겨 기억하고 있으면 더 좋다. 요즘엔 스마트폰 별자리 앱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그래도 별을 보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쉽지 않으니까 더 황홀한지도 모른다. 천체망원경을 빌려 달 표면 분화구들을 실제로 확인했을 때의 놀라움이라니! 토성과 목성의 위치를 가늠해 망원경을 수동 조정해 토성의 고리와 목성의 줄무늬, 그리고 목성의 네 개 위성을 정확하게 확인한 순간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나아가 스마트폰을 간신히 접안경에 밀착시켜 목성과 토성, 달의 표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했을 때 나는 거의 별이 된 기분이었다.

별은 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걸까? 지금은 볼 수 없지만 어려서 여름밤 희미하게나마 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의 흐름과 쏟아지는 별들을 보았던 기억 때문일까? 자세히 보면 하얀 별, 불그스레한 별, 노르스름한 별, 영롱하게 반짝이는 별 등 그 빛깔이 다양하기도 하고, 약간 붉은 기운의 누르스름한 화성은 어딘지 모르게 ‘흉’한 느낌이 드는 건 모두가 느끼는 공통의 느낌일까? 별은 아무래도 깜깜한 밤하늘 높이 떠 넓게 펼쳐있기에 희망과 꿈을 불러일으킨다.

유명해졌다는 표현으로 “스타가 되었다!”라든가, 아름답게 살다가 세상을 하직한 이를 때로는 “하늘의 별이 되었다!”는 표현을 쓰는 것은 왜일까? 그저 바라만 보아도 마음을 사로잡는 건 어쩌면 우리에게 끝없이 그 무언가를 희구하는 본성이 있어서가 아닐까. 나도 별처럼 반짝이는 마음속 희망을 따르고 싶다. 그래서 나는 “하늘의 별처럼 빛나십시오!”라는 성경 말씀을 아주 좋아한다. 누군들 별처럼 반짝이고 싶지 않으랴. 별 볼 일 없는 이들도 별 볼 일 있는 이들이 되기를 나는 기도한다. 더불어 은하수 무리처럼, 별처럼 빛나면 좋겠다. 먼저 별을 바라보면 어떨까. 오늘이라도 여름밤을 수놓는 거문고자리 직녀성, 독수리자리 견우성, 백조자리 데네브를 바라보자. 그러면서 우리 마음속 스타의 꿈을 헤아려 보자. 그야말로 별 헤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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