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의 무장단체 탈레반이 20년 만에 사실상 아프간 정권을 지배하게 되노 가운데 영국 BBC 생방송 중 탈레반의 대변인이 아프간 출신 앵커와 전화 연결을 해 인터뷰를 가졌다.
지난 15일(현지시간) BBC의 세계뉴스 전문 채널 BBC월드의 앵커 얄다 하킴은 생방송을 진행하던 중 이같은 돌발 상황을 맞이했다.
아프간 출신인 하킴은 이날 생방송에서 아프간의 정세와 향후 전망에 대해 한 전문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러던 중 하킴은 전문가의 말을 잠시 끊고서 “죄송하지만 여기까지 해야겠다. 탈레반 대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고 밝혔다.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자신을 수하일 샤힌이라고 밝힌 탈레반 대변인은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하더라도 평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변인은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카불에 사는 아프가니스탄 국민 모두의 재산과 삶, 안전을 보장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누구에게도 복수는 없다”면서 “우리는 이 나라 국민들의 종복일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탈레반은) 아직 카불에 입성하지 않았다”라며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두려워하는 극단적 이슬람 사회로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서는 대답을 확실하게 하지 않았다. 앵커 하킴이 범죄자에 대한 투석형, 사지절단형, 공개 교수형을 다시 도입할 것인지 묻자 대변인은 “지금 당장은 말할 수 없다. 그것은 법원의 판사들과 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또 “판사는 향후 정부의 법에 따라 임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변인은 아프간에서 ‘샤리아’법이 부활할 것이라고 확인하면서 “당연히 우리는 이슬람 정부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변인은 탈레반의 정책이 이제 바뀌었고, 여성과 소녀들이 계속 학교와 직장에 다닐 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인터뷰는 별도의 방송 장비가 동원되지 않았고, 휴대전화 스피커폰 기능으로 방송이 이뤄졌다. 방송 책임자는 “이런 상황은 방송 인생 중 처음 겪는 일”이라고 트위터에서 밝혔다.
아프간이 고향인 앵커 하킴은 태어나 1986년 호주로 이주해 BBC월드뉴스 앵커로 활동하고 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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