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7일 이준석 대표가 최근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통화하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금방 정리된다'라고 말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제가) 방송 전에 원 전 지사와 통화를 했다. 틀림없는 사실이라더라"며 "원 전 지사가 '이 대표는 자동 녹음되는 전화기를 사용하니까 녹음 파일이 있을 것 아니냐'라고 말할 정도로 확인해줬다"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다른 경쟁 후보인 원 전 지사에게도 '금방 정리된다'라고 말한 것은 믿기 어려운 얘기"라며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에게) 일종의 경쟁의식을 느끼는 것인지 이유를 잘 짐작할 수 없다”며 “당 대표 본분에 벗어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당과의 합당 결렬과 관련해 "이 대표가 '최근 일주일 정도 공격하다 소강상태로 가면 저쪽(국민의당)에서 곧바로 협상이 들어올 것'이라 해서 그걸 믿고 있었다"며 "생각했던 것과 반대로 갔다. 이 대표의 판단이 잘못됐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안 대표를 대우해야 하는데, 비하하며 협상한 것은 상당한 패착"이라며 "이제 향후 정해질 당 대선 후보가 나서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윤 전 총장과의 통화를 녹음했으며 대표 실무진이 이 녹음 파일을 문서화했는데 해당 문서가 당 밖으로 유출되면서 논란이 됐다.
이준석 대표는 "윤석열 후보와 저와의 대화 녹취파일과 녹취록이 공개되었다는 이야기부터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발언을 제가 했다는 정체불명의 내용이 돈다고 한다"라면서 "우선 유출되었다는 녹취파일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당연히 작성하고 유출된 녹취록도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해명했다.
이같은 해명에 대해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은 16일 "'전화녹음은 했다' 그러나 '녹취파일은 없다. 당연히 유출된 녹취록도 없다'는 이준석의 변명은 맹랑하고 교활하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전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준석 대표는 '언론인들이 내가 구두로 전달한 것을 문건화,녹취록을 만든 것 같다'고 했는데 대한민국의 어느 언론인이 '기사'를 쓰지 '녹취록'을 만드나"라면서 "기자들을 돈 받고 정보 파는 여의도의 일개 지라시 장사로 모욕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이준석 대표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자동녹취 전화만 갖고 있었다면 당직자가 이준석의 휴대전화를 훔쳐 마음대로 풀었다는 사죄 기자회견을 하게 해야 하지 않나"라면서 "평소 일개 네티즌하고 '댓글 전쟁'을 마다하지 않던 이준석으로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제대로 해명해야 한다"라고 했다.
윤석열 캠프 조직본부장인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은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 대표라는 사람이 자당의 유력 대통령후보와의 통화를 녹음하고, 그 녹취록이 유출됐다는 뉴스를 접하고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며 “더한 것은 잘못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그런 사실이 없다는 발뺌”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앞서 한 유튜브에 출연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되면 지구를 떠나겠다"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구설에 휘말렸다.
국민의힘 당내에서는 대선후보 토론회가 잡음을 빚고 있는 가운데 통화 녹취록 유출 의혹까지 제기되자 이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과의 통합 결렬을 공식 선언하자 "사실 서울시장 선거는 오세훈이 아니라 안철수가 대신 해준 셈인데... 사람이란 게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합당 자체가 쌍방의 이해조정 때문에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라면서 "거기에 합당의 권유란 게 '예스까 노까(예스냐 노냐)', 어차피 너는 딱히 갈 데가 없으니 꿇고 들어오라'는 윽박에 가까웠으니, 결렬은 예견된 것이었다"라고 주장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