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테크(tech) 기업들이 재택근무 중인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 시점'을 오는 10월에서 내년 1월 이후로 연기하고 있습니다. 미국 전역에서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확산하고 있는 영향이 큽니다. 대다수 테크기업 직원들은 "재택근무의 업무 효율성이 훨씬 높다"며 환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리자급 사이에선 "재택근무를 하면 직원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10월로 예정된 사무실 복귀 시점을 내년초로 연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11월 넷째주 목요일부터 시작되는 추수감사절 연휴 영향이 크다고 합니다. 미국 직장인들은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추수감사절 연휴에 맞춰 고향으로 흩어졌다가 다시 복귀하는데, 이 때 코로나19가 사무실에서 빠르게 확산될 것이란 우려 때문입니다.
현지 테크기업 직원 B씨는 "재택근무가 시행된 이후 직원들 사이에서 '월요병'을 이야기를 한 번도 못 들어봤다"고 합니다. 과거엔 예를 들어 일주일 5~6일 일하고 주말에 하루나 이틀 정도 쉬면 '월요일 출근'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출근 자체가 없어지니 월요일이 딱히 힘들지 않다는 겁니다. B씨는 "코로나19 이전엔 업무 100을 5로 나눠 하고 이틀은 쉬었다면 지금은 100을 7로 분배하고 있기 때문에 매일 받는 부담감이 작다"며 "출퇴근 때문에 매일 한 시간 길에서 허비했던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하는 직원들 사이에서 특히 재택근무에 대한 만족감이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빅테크 기업에서 일하는 한 여성 직원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을 학교까지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게 가능하다"며 "근무 시간 중에 아이들을 돌보는 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지만 부부가 나눠서 함께 하기 때문에 큰 부담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주요 기업의 대표(CEO) 등 'C레벨'들도 '사무실 복귀'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던 올 상반기부터 지속적으로 비슷한 의견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대표는 지난 3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재택근무의 장점을 단 하나도 찾을 수 없다"며 "대면 접촉 없는 근무는 우리에게 부정적"이라고 말했고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대표도 비슷한 시기 "직접 만나 회의를 하면 만남 전후 다양한 대화를 통해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고 오랜 재택근무는 직원들의 정신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사무실 복귀를 은근하게 종용하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당연히 C레벨 들의 발언을 들은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졌죠. 이 때문에 당분간 미국 기업들은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통해 직원들의 반발을 차단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하이브리드 근무제는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는 사무실로 나오고, 나머지는 재택근무를 하는 것입니다.
'완전 재택근무'를 원하는 직원들의 목소리도 여전히 강합니다. 재택근무가 1년 이상 지속되면서 일부 임직원들이 렌트비나 집 값이 비싼 실리콘밸리를 떠나 근교 도시 등으로 많이 옮겨갔기 때문입니다. 한 자동차 기업 직원은 "재택근무가 시작되면서 직장에서 차로 한 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도시에 집을 아예 사버렸다"며 "회사가 사무실 근무를 강요한다면 적지 않은 직원들이 회사를 옮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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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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