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180원선 근접…소비자물가 관리 '경고등' [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입력 2021-08-17 15:51   수정 2021-08-17 15:54

12일 원화가치가 급락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180원 선에 근접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운 데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시중 유동성 공급을 줄여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된 여파다. 환율이 뜀박질을 하는 만큼 물가 상승 압력이 보다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원화로 환산한 수입제품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7원30전 오른(원화 가치는 하락) 1176원30전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지난해 9월15일(1179원) 후 1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환율은 지난달 16일(1139원50전)에 1130원 선에 머물렀지만 한달 만에 36원80전이나 치솟았다.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간 것은 외국인이 국내 금융시장 이탈이 이어진 결과다. 내년 반도체 D램 가격 하락으로 반도체 업체들 실적이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퍼졌다.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를 비롯해 코스피 종목 4110억원가량을 순매도했다.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한국 주식을 매도 공세를 이어갔다. 한국을 등지는 외국인이 늘면서 이날 코스피지수는 28.2포인트(0.89%) 내린 3143.09에 거래를 마쳤다. 8거래일째 내림세를 이어갔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 임박했다는 분석도 환율을 밀어올렸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는 Fed가 9월에 테이퍼링 계획을 밝히고, 11월에 자산 매입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부문 취업자수가 94만3000명 늘어나는 등 고용 지표가 긍정적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을 비롯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진 것도 달러를 비롯한 안전자산 선호도를 높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의 주식 매도 세례가 이어질 경우 환율이 1200원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유가를 비롯한 각종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환율까지 뛰면서 수입물가 오름세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해외서 들여오는 원자재의 원화 환산 가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수입물가지수(2015년 100 기준)는 119.73으로 작년 7월보다 19.2% 상승했다. 2008년 12월(22.4%) 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수입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기업들이 상승한 원자재 매입 비용을 제품 가격에 전가하기 때문이다. 올 4월(2.3%), 5월(2.6%), 6월(2.4%), 7월(2.6%) 넉 달 연속 2%를 웃돈 소비자물가의 고공행진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은은 올해 물가가 2012년 후 처음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치(2%)를 돌파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원화가치를 안정화하고, 소비자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한은의 이달 금리인상 압박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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