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이 돼도 상관없다. 시험은 다시 치면 되고, 서른에 의사가 못 되면 마흔에 되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머니인 정경심 교수가 (저 때문에) 하지 않은 일을 책임지는 것을 견딜 수 없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교수에 대한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조민 씨가 부산대 의전원 진학에 활용한 7대 스펙이 모두 허위라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의 파장이 큰 이유는 정 교수가 입시 의혹과 관련해 유죄 판결을 받는 과정에서 조 전 장관이 허위 스펙을 주도한 내용이 명시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딸 조 씨의 의사면허가 취소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17일 부산대에 따르면 다음 날 공정관리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 의혹에 대한 위원들의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법원 판결을 기다린 끝에 지난 4월 22일 시작된 조사가 넉 달여 만에 마무리되는 것이다.
내부 위원 21명과 외부위원 3명의 의견이 총장에 보고되면 총장은 대학본부와 학사 일정 절차 검토, 행정 절차적 문제에 대한 논의를 거쳐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해졌다.
의전원 학위가 취소되면 현재 인턴 수련 중인 조 씨의 의사 면허는 보건복지부 장관 직권으로 박탈될 수 있다.
조 전 장관은 "고통스럽다"면서 억울함을 항변했지만 정 교수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 4년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억울하다", "항소하겠다", "고통스럽다" 등의 주장만으로 입시 비리 판결을 뒤집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조 씨의 "고졸이 돼도 상관없다"는 과거 인터뷰가 재조명되고 있다.
조 씨는 지난 2019년 10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고졸이 되면 어떻게 하나'라는 질문에 "제 인생의 10년 정도가 사라지는 거니까 정말 억울하다"면서도 "고졸이 돼도 상관없지만, 어머니가 하지 않은 일을 저 때문에 책임지는 것을 견딜 수 없다"고 정 교수가 죄가 없음을 항변했다.
이어 "고졸이 돼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시험은 다시 치면 되고, 서른에 의사가 못 되면 마흔에 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만 보면 어머니는 이미 유죄인 것처럼 보이더라"며 "어머니의 진실을 법정에서 꼭 밝히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조 씨의 이같은 주장은 7대 스펙이 모두 허위라는 재판 판결문을 통해 거짓임이 밝혀졌다.
현재 부산대와 고려대가 정 교수가 2심까지 유죄 판결을 받음에 따라 조 씨에 대한 후속 조치 검토에 들어갔다.
고려대도 정 교수 항소심 판결에 대한 후속 조치 검토에 착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려대 측은 "판결문을 확보, 검토한 후 본교 학사 운영 규정에 따라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려대가 조 씨의 입학 취소를 결정하면 부산대 의전원 입학도 자동으로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 의전원 입학에는 학사 학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조 씨가 올해 최종 합격한 의사국가고시도 무효가 된다. 조 씨는 고려대와 부산대가 입학 취소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 의사 국가시험에 최종 합격해 한국전력공사 산하 한일병원에서 인턴 과정을 밟고 있다.
조 씨에 대한 입학 취소가 결정되는 게 이처럼 지연된 것은 과거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1심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청담고 입학과 이화여대 입학을 취소당한 것과 비교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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