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이어 '음원 유통' 서비스 나선 왓챠 "데이터로 문화콘텐츠 영토 확장"

입력 2021-08-17 17:24   수정 2021-08-18 00:56


이달 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스타트업 왓챠가 MBC 자회사 블렌딩을 흡수합병한다고 발표했다. 블렌딩은 음원을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에 유통해주는 유통사다. 다소 생뚱맞을 수 있는 합병에 업계에는 “왓챠가 기존 사업인 OTT와는 다른 길을 모색하는 듯하다”는 전망이 퍼졌다. 하지만 설립했을 때의 청사진은 변함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게 왓챠의 설명이다. 박태훈 왓챠 대표는 17일 “왓챠를 OTT 스타트업으로만 국한할 수는 없다”며 “콘텐츠 데이터 기업이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확장할 수 있는 콘텐츠 사업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2011년 설립된 왓챠는 OTT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스타트업으로는 유일하게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등과 경쟁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콘텐츠 추천 서비스를 강점으로 특히 젊은 층에서 인기다. 지난해 매출 377억원을 올리며 국내 OTT업체 중에선 SK텔레콤의 웨이브 다음으로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왓챠의 진정한 정체성은 OTT가 아니라 ‘콘텐츠 데이터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왓챠의 시작은 영화 평점 플랫폼 왓챠피디아다. 왓챠피디아는 영화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에 대한 평점을 매기는 플랫폼으로, 지금까지 쌓인 평점 데이터는 6억2000만 개에 달한다. 박 대표는 “콘텐츠업계는 지금까지 직관, 감 등으로 불확실한 결정을 내려왔다”며 “왓챠는 이를 철저하게 데이터에 기반해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계속해서 평점 데이터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현재는 영화 드라마를 위주로 왓챠피디아를 운영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았던 도서 평점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음악, 공연, 웹툰 등 문화예술 전반으로 평점 서비스를 확장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박 대표는 “OTT는 콘텐츠 데이터 확보 과정에서 가장 빠르게 수익화할 수 있는 서비스여서 선택한 하나의 모델일 뿐”이라며 “왓챠가 콘텐츠 데이터를 가지고 확장할 수 있는 다른 영역이 무엇일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사업 확장에 대한 그의 결심은 확고하다. 지난 2~3년간 대기업, 대형 커머스 플랫폼 등 여러 곳에서 왓챠 인수를 타진해 왔다. 하지만 박 대표는 대기업에 종속되면 사업 확장에 많은 제약이 따를 것이라고 판단해 모두 거절했다. 그는 “발 빠른 의사결정과 일사불란한 작업 환경은 스타트업이 아니고선 불가능하다”며 “왓챠는 스타트업 정체성을 끝까지 지켜 콘텐츠 문화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영토 확장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왓챠는 일본에 서비스를 출시하며 국내 OTT 플랫폼 최초로 해외로 진출했다. 박 대표는 “한국 브랜드의 가치가 점차 높아지고 있어 일본 시장 추이를 보고 동남아시아, 북미 지역 등으로도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며 “다양한 글로벌 문화콘텐츠를 아우를 수 있는 종합 콘텐츠 기업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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