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도입된 청와대 국민청원이 오는 19일 4주년을 맞는다.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기치를 내건 국민청원은 하루 평균 700건 넘는 게시글이 올라오면서 국민 여론을 달군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판 신문고’ ‘국민 소통 창구’ 등 호평도 있지만 ‘여론몰이장’ ‘가짜뉴스 생산지’ 등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필터링 강화나 존치 자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분야별로는 정치개혁 관련 청원글이 전체의 16.6%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보건복지(9.1%), 인권·성평등(8.4%), 안전·환경(7.4%), 교통·건축·국토(6.1%) 등이 뒤를 이었다.
답변 기준인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은 257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교통사고나 성범죄 등 사건·사고 피해자 보호, 가해자 처벌, 진상 규명 요구 청원이 절반에 가까운 121건으로 가장 많았다.
가장 많은 동의를 얻은 청원은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2020년 3월)였다. 무려 271만5626명이 동의했다. 2위도 같은 달에 같은 사건을 다룬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합니다’(202만6252명)였다. 이어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정당해산 청원’(2019년 4월·183만1900명), ‘문재인 대통령님을 응원합니다’(2020년 2월·150만4597명),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촉구합니다’(2020년 2월·146만9023명) 순이었다.
일각에서는 국민청원의 여론몰이를 통한 부실·날림 입법을 우려하고 있다. 청원인의 일방적인 주장에 의한 명예훼손 등 문제도 있다. 지난 5월 성폭력 피해자라고 밝힌 모 교수가 “대학이 강간을 덮으려 한다”고 주장한 사건은 관련자들이 모두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났다.
가짜뉴스 범람도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지난해 4월 ‘생후 25개월 된 딸이 이웃에 사는 초등학교 5학년생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청원은 가해자가 존재하지도 않는 등 거짓으로 드러났다.
‘정치 공방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님을 응원합니다’와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촉구합니다’ 청원이 동의자 수 상위 4, 5위에 나란히 자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중국인 입국금지 요청’ 청원은 20만 명 동의를 넘긴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정부 답변이 나오지 않아 “정권 유불리에 따라 정부 답변 속도가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의견수렴·문제해결 방식 자체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이재준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은 “국민청원은 왕이 불쌍한 백성들의 억울한 일을 해결해준다는 조선 왕조 신문고와 같은 해결 방식”이라며 “국가 기관들의 역할과 책임이 자칫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되는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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