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씨가 이날 연거푸 폭탄 발언을 날리면서 정치권은 황씨 발언에 대한 비판과 옹호로 내내 시끄러웠다. 이낙연 캠프는 설훈 선대위원장이 직접 나서 “불공정 논란을 성실하게 해명해도 모자랄 판에 이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을 운운하느냐”며 “궤변을 늘어놓는 황씨의 내정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여권 주자인 박용진 의원은 “임명을 강행한다면 결국 이 모든 논란과 갈등이 이재명 후보의 책임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동안 잠잠해지는 듯했던 여당 대통령 후보 경선 선두권 주자들의 갈등이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재분출한 모양새다. 비판에 대한 겸허한 성찰은커녕 상대방에 대한 극단적 공격만 경쟁하듯 쏟아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넌 누구 편이냐’는 추궁과 반박도 벌어졌다. 같은 진영 내에서도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계파가 형성돼 편을 나눠 ‘줄서기’해온 한국 정치의 한계가 이번 사태로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이낙연 캠프 측은 황씨가 2018년 이 지사의 형수 욕설 논란에 대해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을 이유로 이재명계 인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황씨는 “이 지사와 식사 한 번 한 적 없다”고 맞받았다. 한국 정치의 오랜 ‘우두머리 계파’ 문화가 황씨 사태로 터져나온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서로를 ‘친일’ 이미지로 덧씌우려는 퇴행적인 네거티브 프레임 대결이 민주당 경선에서 또 재연되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친일 논란이 생산적인 토론을 막고 특정 이미지를 덧씌우는 용도로 자주 활용돼왔다.
여기에 막상 당사자인 이 지사와 이 전 대표는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이 지사는 직접적인 대응을 하지 않은 채 전날 TV 토론에서 “도의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그걸 보고 국민 여론도 보고, 도민 의견도 봐서 결정하겠다”고만 했다. 이 전 대표 역시 본인이 나서는 대신 캠프 관계자의 입을 빌리고 있다. 이 또한 격화되는 네거티브 공방 국면에서 대선 주자 당사자가 그대로 방관하면서 ‘진흙탕 싸움’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꼼수를 부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재명 캠프 내부에서도 “민심이 무섭다”며 내정 철회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재명 캠프 대변인인 전용기 의원은 “캠프 내부에서도 황씨의 자진 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어 계속 토론 중”이라고 했다.
이재명 캠프 정무특보인 김우영 전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은 “(황씨에게) 문제가 있으면 경기도의회에서 문제점을 찾아서 지적할 것”이라며 “지적이 합리적이라면 당연히 수용하는 게 관례고 상식”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이재명 캠프가 도의회 청문회를 사실상 ‘퇴로’로 열어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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