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노동조합들이 삼성을 상대로 10월 중 단체 임금소송에 돌입한다. 경영성과급(PS·PI)도 평균임금에 포함돼야 하므로 이를 반영해 퇴직금을 더 달라는 내용이다.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웰스토리,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삼성 계열사 9개 회사의 노조가 연합한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노조연대)는 19일 대구 삼성생명직원노조 사무실에서 정기회의를 갖고 삼성을 상대로 한 단체소송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이미 삼성그룹 다수 계열사에서 동일한 소송이 진행 중인 데다, 조합원 1만명 규모의 노조연대가 소송전에 뛰어들 경우 삼성으로서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조연대는 지난달 1일에도 금속노련 사무실에서 PS·PI도 평균임금 산정시 포함해서 퇴직금에 반영할 수 있는지를 놓고 노총 소속 변호사들과 논의했다. 지난달 19일에는 소송 시기 등을 놓고 재차 논의를 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소송 스케줄을 구체적으로 결정했다. 노조에 따르면 8월 말 경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등 소송대리인과 계약을 체결하고, 9월 중 조합원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소송단 모집을 홍보한 후 10월에 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노조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진행 과정이 다를 수는 있지만 10월에는 소송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에서 처음 시작된 퇴직금 소송은 기업의 경영성과급이나 인센티브, PS·PI도 임금이기 때문에 퇴직금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시켜 달라는 것이다. 근로자들이 승소할 경우 후폭풍이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만약 장기 근속 근로자가 경영성과급 지급일 이후 3개월 안에 퇴직하게 될 경우 기업의 퇴직금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확정기여형 퇴직연금계정을 도입한 회사라면 현직자에게도 추가 금액을 연금 계좌에 납입해야 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근로자 956명이 청구한 동일한 취지의 '퇴직금 청구 소송' 1심에서 패소해 업계에 충격을 줬다. 당시 소가는 37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 외에도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카드 등 주요 계열사에서 동일한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대규모 추가 소송이 제기될 경우 부담이 크게 늘 전망이다. 삼성노조연대는 지난해 5월 삼성그룹의 무노조 경영에 대응하겠다며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계열사 노조들이 모여 출범한 조직으로 총 조합원수는 1만명에 육박한다.
삼성과 SK하이닉스 외에도 LG디스플레이, 현대해상화재보험 등 주요 대기업에서도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며, 회사 별로 법원의 판단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업계에서는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SK하이닉스 소송과 삼성전자 1차 소송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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