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독, 아사삭, 사르르…色다른 식감에 '얼음'

입력 2021-08-19 17:06   수정 2021-08-20 01:52


빙수의 묘미는 얼음이 입속에서 녹아내리는 ‘찰나의 행복’에 있다. 똑같은 베이스(빙수 원액)를 얼려 만들었다고 해도 얼음조각이 ‘오도독’ 씹히는지, ‘사르르’ 녹는지에 따라 먹는 이의 감흥이 완전히 달라진다. 얼음 식감과 형태에 따라 어울리는 재료도 천차만별이다.

빙수의 얼음결은 얼음을 가는 기계가 좌우한다. 1세대 빙수기는 미리 얼려놓은 얼음을 자동으로 곱게 갈아주는 전동 빙삭기다. 칼날이 회전하면서 각얼음을 분쇄하는 식이라 얼음조각이 상대적으로 크다. 이를 통해 만든 빙수는 다른 빙수보다 빨리 질척해진다. 준비한 얼음을 갈아내는 과정에서 전동 칼날의 온도가 전이돼서다.

2010년대 중반엔 ‘대패 얼음’을 갈아주는 빙삭기가 유행을 탔다. 나무를 대패질하듯 얼음을 얇고 넓게 갈아내는 게 특징이다. 얼음이 기계에서 얇게 밀려나오면서 둥글게 말려드는 모양이 되고, 이런 얼음조각이 겹겹이 쌓이는 동안 조각 사이에 공기층이 넓게 형성된다. 이 때문에 대패 얼음 빙수는 형태가 비교적 오래 유지되고 식감이 부드럽다.

요즘엔 ‘눈꽃얼음’을 내놓는 제빙기가 인기다. 준비된 얼음을 가는 게 아니라 얼음을 새로 만든다. 영하 수십도로 차갑게 한 드럼을 빠른 속도로 회전시키고, 드럼 위에 액체 원료를 조금씩 흘리는 방식이다. 액체가 드럼 표면에 닿아 얼어붙으면 냉각팬에 아주 가깝게 있는 칼날이 얼음을 순식간에 떼어낸다. 이 과정 내내 드럼이 돌기 때문에 얼음이 가루처럼 잘게 갈리고, 얼음 더미엔 공기가 섞인다. 입에 넣었을 때 포근히 내린 눈이 살며시 녹는 듯한 느낌을 내는 이유다.

눈꽃얼음 제빙기를 쓰면 빙수 베이스의 점도를 다르게 해 빙질을 조절할 수도 있다. 베이스가 묽을수록 얼음 입자가 곱고 작다. 베이스에 녹차·커피 가루 등을 넣으면 얼음을 얇은 실처럼 뽑아내 쌓을 수 있다. 이른바 ‘실타래 얼음’이다. 얼음 실 더미인 실타래 빙수는 설탕 실을 뭉쳐 만든 솜사탕과 식감이 비슷하다. 포크와 나이프를 써서 타래를 썰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얼음의 결이 살아있지만, 입에 들어가는 순간 포슬포슬하게 바스러져 녹아내린다. 베이스 점도를 더 진하게 만들면 ‘국수 얼음’이 된다. 얼음 입자가 실타래 빙수보다 커 ‘아사삭’하고 씹는 맛이 살아있는 게 특징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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