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갈등 공화국

입력 2021-08-19 17:28   수정 2021-08-2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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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판은 하루라도 조용하면 이상한 건가. 연일 ‘막말’ 공방으로 시끄럽다.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자는 사퇴를 요구한 같은 당 소속 예비 대선 후보에게 “정치생명을 끊어놓겠다” “(그쪽 사람들은) 인간이 아닌 짐승”이라는 등의 막말을 퍼부었다. 공직 후보자로서 자질을 의심케 하는 발언이다. 야당에서는 당대표의 ‘저거’ 발언이 논란이다. “곧 정리될 것”이라는 대상(저거)이 모호하지만, 만약 당 소속 대선 후보라면 막말에 다름 아니고, 파장도 클 수밖에 없다.

다원화된 민주 사회에서 갈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 갈등을 줄이고 타협을 도출해내기 위해 존재하는 게 정치다. 그러나 한국 정치는 오히려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은 지 오래다.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한국은 △보수와 진보(85.4%) △빈곤층과 중·상층(82.7%) △노인층과 젊은 층(60.9%) △남녀(48.8%) 등의 분야에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망국병으로 불리던 지역 갈등은 완화됐지만 그 대신 진영·계층·남녀·세대 간 갈등이 더욱 심각해진 것이다.

갈등 확대에 가장 혐의가 큰 게 정치인들의 막말이다. 교통사고 나면 핏대부터 올리던 습성의 연장인지, 아니면 막말로 인지도를 높이려는 전략인지 정치인들은 문제가 생기면 일단 목소리부터 높인다. 지지자들은 막장 정치인에 대해서도 ‘우리 편’이면 눈감아주고 거꾸로 응원하기도 한다. 이런 행태가 인터넷과 SNS를 타고 점점 더 폭력적으로 증폭되고 있다. 여당 초선 의원 5명이 지난 4·7 재보궐선거 후 이른바 ‘조국 사과문’을 발표했다가 “배신자” “배은망덕” 문자폭탄에 두 손을 든 게 그런 사례다.

한국의 갈등 수준은 세계에서도 메달권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16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0개국의 갈등지수를 산출한 결과 한국은 55.1로, 멕시코(69.0) 이스라엘(56.5)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사회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간 82조원에서 최대 246조원에 이른다는 분석(삼성경제연구소)이 있고, 갈등지수를 G7(주요 7개국) 수준으로만 낮춰도 경제성장률을 0.3%포인트 높일 수 있다는 보고서(LG경제연구원)도 나와 있다.

대통령선거가 7개월도 채 안 남았다. 통합의 메시지로 사회 갈등을 줄여, 돈 안 쓰고도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박수진 논설위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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