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 발표를 하루 앞둔 19일, 예비부부 3000여 명이 모인 전국신혼부부연합회는 이날부터 닷새간 서울시청 및 중앙사고수습본부 앞에서 비대면 트럭 시위(사진)에 나섰다.
이들은 “불합리한 인원 제한과 예식장 횡포에 예비부부들은 두 번 죽는다”, “일괄적인 결혼식 지침 수정하라” 등의 문구를 3.5t 트럭 전광판에 띄워 정부의 예식장 방역 지침에 대한 부당함을 호소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의 분쟁 조정 가이드라인이 권고에 그쳐 예비부부들이 예식장과 갈등을 빚고 수천만원에 달하는 피해를 떠안고 있다”며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했다.
앞서 방역당국은 오는 22일까지 거리두기 4단계 조치를 연장하면서 장소별 인원 제한도 일부 조정했다. 종교시설은 최대 99명, 콘서트장은 최대 2000명까지 허용한 반면, 결혼식장 참석 규모는 기존의 49명 제한을 그대로 유지해 예비부부 사이에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예비부부들은 49인이라는 기준이 비합리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예식장이 요구하는 최소 인원과 정부가 허용한 49인의 격차만큼 식대를 고스란히 내야 한다는 게 이들의 불만이다. 예비신부 최모씨는 “예식장이 최소 보증인원 200~300명을 내걸면서 예비부부가 금전적 손해를 떠안고 있는데 정부가 이런 갈등을 조정하지 않고 있다”며 “매일 대중교통에는 다수의 인원이 함께 출퇴근하고, 일반 식당에선 불특정 다수가 모여 식사를 하는데, 왜 결혼식만 49명으로 제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예비부부들은 답답함을 호소하며 구청, 여성가족부, 중수본 등에 집단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예식서비스 관련 소비자 상담 건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작된 지난 7월 540건을 넘는 등 전월(172건) 대비 3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공정위가 지난해 마련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예식업의 경우 친족 49인까지만 참석이 허용되면서 위약금 없이 예식일시 연기, 최소 보증인원 조정 등 계약 내용을 바꿀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권고’에 불과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회 관계자는 “이곳저곳 다 전화해봤지만 다들 우리 소관이 아니라고 ‘폭탄돌리기’를 하고 있다”며 “결정은 정부가 내리면서 왜 책임은 예비부부들이 져야 하나”고 비판했다.
최다은/장강호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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