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놀이나 수영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 미국 워싱턴매거진의 시니어 에디터였던 저자는 《헤엄치는 인류》에서 수영과 관련된 인류의 이야기를 모았다. 대학생 때 수영 선수로 활동했고 수영 코치를 지낸 그는 수영의 역사뿐 아니라 수영 영법과 기록, 수영장, 수영복 등 수영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소개한다.
고대에 수영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원전 1세기 아르메니아 왕국의 왕족과 귀족 자제들은 필수 스포츠로 복싱, 레슬링과 함께 수영을 배웠다. “인간은 읽고 쓰고 헤엄칠 줄 알아야 비로소 배웠다고 말할 수 있다”(플라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그리스에서 수영은 필수 덕목이었다. 지역마다 공중목욕탕을 지을 정도로 물을 사랑했던 로마인은 운동도 하고 몸을 담그는 수영을 통해 물의 즐거움을 온전하게 누렸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전투 중 바다에 뛰어들어 군함 사이를 오가며 활약했다.
하지만 로마 멸망 이후 르네상스 시기까지 1000년 가까이 수영의 암흑기가 찾아왔다. 인간 활동 중 한 영역 전체가 유럽 대륙에서 기록이 모두 사라지는 기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저자는 중세시대에는 헤엄치는 방법을 제대로 아는 이도 없었고, 배울 길도 없었다고 전한다. 의사들은 수영에 반대했고, 교육자들은 신체적 훈련을 시간 낭비라고 여겼다.
서구 세계에서 수영이 부활한 것은 세 인물의 공이 컸다고 저자는 말한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은 수영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다녔다. 그는 손과 발에 다는 노를 만들어 오늘날 수영 훈련 도구와 비슷한 것을 발명했다. 1750년 영국 의사였던 리처드 러셀은 바닷물을 마시고 목욕하는 치료법을 담은 서적을 출간했고,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수영이 스포츠로 진화한 것은 영국 시인 조지 바이런의 공이 컸다. 그는 1810년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연결하는 다르다넬스 해협을 헤엄쳐 건넌 근대의 첫 수영 영웅이었다. 책은 수영에 관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흥미진진하게 설명한다. 다만 아시아 등 서구 이외 문화권의 이야기가 거의 없는 점은 조금 아쉽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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