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를 제외한 빗썸과 코인원, 코빗 등 3개 암호화폐거래소는 트래블 룰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계약을 이달 말께 체결할 예정이다. 지난달 28일 업비트가 갑작스레 합작법인 설립 논의에서 빠지기로 하면서 당초 진행 중이던 법인 설립이 늦어졌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러도 11월에나 연동 절차를 마치고 본격적인 트래블 룰 도입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래블 룰은 암호화폐를 A거래소에서 B거래소나 C의 개인지갑으로 보내는 경우 A거래소와 B거래소에 암호화폐의 수신자와 송신자가 누군지, 주고받은 수량이 얼마나 되는지 등의 정보가 남아 있도록 의무화한 규제다. 한국도 지난 3월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에 트래블 룰을 반영했고, 내년 3월 24일까지 유예기간을 뒀다.
문제는 은행권이 거래소의 신고 요건인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기 전에 트래블 룰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협은행과 신한은행은 실명입출금계좌 발급 시 가상자산사업자 위험평가항목에도 트래블 룰을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 기한인 다음달 24일까지는 트래블 룰을 도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은행권이 트래블 룰을 요구하는 이유는 유예기간이 끝나는 내년 3월 이전이라고 해도 자금세탁 관련 혐의가 거래소에서 발생할 경우 은행이 법적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농협은행이 최근 빗썸과 코인원에 외부로의 암호화폐 전송 자체를 중지해달라고 권고한 이유다. 당국 관계자는 “자금세탁에 따른 위험을 고려하면 당국이 나서서 (은행 책임을 면제해주는) 비조치 의견서를 발급하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트래블 룰 규제가 시행되는 내년 3월부터는 해당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해외 거래소 이용도 막힌다. 당국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협조를 받아 해외 거래소의 트래블 룰 준수 여부를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리플이나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사서 해외 거래소로 전송해 거래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트래블 룰을 택하지 않은 해외 거래소는 사실상 이용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지 못해 ‘원화마켓’ 대신 ‘코인마켓’을 운영하는 거래소도 해외 거래소와 마찬가지로 트래블 룰을 따르지 않으면 사실상 영업이 정지된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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