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전 회장(사진)이 최근 새로운 법률 대리인으로 LKB앤파트너스(엘케이비)를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남양유업 매각 법률 자문을 맡았던 김앤장이 계약서에 명시한 3100억원의 매각 가격이 싸다는 판단에 따라 한앤컴퍼니(한앤코)와 가격 재협상 및 소송까지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홍 전 회장의 두 아들도 임원으로 복직·승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난기류에 휩싸인 남양유업 매각이 최종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홍 전 회장은 지난 5월 27일 남양유업 지분 53.08%를 한앤코에 31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주식과 경영권을 매각하기 위한 임시주주총회에 돌연 불참하고 주총 시점도 9월 14일로 연기했다.
홍 전 회장이 변심한 가장 큰 이유는 매각 가격인 것으로 알려졌다. A변호사는 “7월 초쯤 홍 전 회장이 찾아와 계약 무효 소송을 진행해줄 수 있는지 의뢰했지만 우리는 검토 끝에 수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그 뒤로도 여러 로펌을 전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홍 전 회장은 지난 한 달여 동안 10여 곳의 로펌을 찾아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M&A를 다루는 유명 로펌들이 모두 고사했고 결국 엘케이비와 손잡기로 한 것이다.
홍 전 회장 측에 선 엘케이비는 정치적 이슈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주로 변호를 맡아온 소송 전문 로펌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변호인으로 이광범 LKB앤파트너스 대표 변호사를 선임한 바 있다. 또 이 로펌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 동양대 교수 부부, 김경수 경남도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여러 사건의 변호를 맡았다.
M&A업계에선 강제 SPA 이행 소송까지 가게 되면 한앤코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다. 홍 전 회장과 계약서를 작성했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의도 받은 데다 인수자금도 마련했기 때문에 ‘계약 이행이 진행 중인 상황’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강제 계약 이행을 하게 되더라도 소송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경우 양측 모두 이미지 실추 등 타격을 입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남양유업은 불가리스 사태에 따른 불매 운동과 경영권 불안 등의 영향으로 2분기에도 21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9년 3분기부터 여덟 분기 연속 적자다.
민지혜/전설리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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