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남양유업 3100억에 못 판다"…소송 대비하는 홍원식 전 회장

입력 2021-08-19 17:40   수정 2021-08-20 18:34

마켓인사이트 8월 19일 오후 1시2분 게재


홍원식 남양유업 전 회장(사진)이 최근 새로운 법률 대리인으로 LKB앤파트너스(엘케이비)를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남양유업 매각 법률 자문을 맡았던 김앤장이 계약서에 명시한 3100억원의 매각 가격이 싸다는 판단에 따라 한앤컴퍼니(한앤코)와 가격 재협상 및 소송까지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홍 전 회장의 두 아들도 임원으로 복직·승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난기류에 휩싸인 남양유업 매각이 최종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홍 전 회장, 10여곳 로펌 '발품'
엘케이비는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홍 전 회장의 법률대리인을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엘케이비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 동양대 교수 부부, 김경수 경남지사 등 민감한 사건 소송에 변호인단으로 참여한 소송 전문 로펌이다. 한앤코도 김앤장을 통해 ‘강제 주식매매계약(SPA) 이행’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홍 전 회장은 지난 5월 27일 남양유업 지분 53.08%를 한앤코에 31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주식과 경영권을 매각하기 위한 임시주주총회에 돌연 불참하고 주총 시점도 9월 14일로 연기했다.

홍 전 회장이 변심한 가장 큰 이유는 매각 가격인 것으로 알려졌다. A변호사는 “7월 초쯤 홍 전 회장이 찾아와 계약 무효 소송을 진행해줄 수 있는지 의뢰했지만 우리는 검토 끝에 수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그 뒤로도 여러 로펌을 전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홍 전 회장은 지난 한 달여 동안 10여 곳의 로펌을 찾아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M&A를 다루는 유명 로펌들이 모두 고사했고 결국 엘케이비와 손잡기로 한 것이다.

홍 전 회장 측에 선 엘케이비는 정치적 이슈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주로 변호를 맡아온 소송 전문 로펌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변호인으로 이광범 LKB앤파트너스 대표 변호사를 선임한 바 있다. 또 이 로펌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 동양대 교수 부부, 김경수 경남도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여러 사건의 변호를 맡았다.
경영권 불확실성에 실적 곤두박질
지난 5월 4일 불가리스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홍 전 회장은 현재 거의 매일 출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삿돈 유용 의혹을 받아 지난 4월 보직 해임된 장남 홍진석 상무는 매각 발표 하루 전인 5월 26일 전략기획담당 상무로 복직했다. 차남인 홍범석 외식사업본부장은 같은 날 미등기 임원(상무보)으로 승진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홍 전 회장이 회사에 나오는 것은 매각 계약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M&A업계에선 강제 SPA 이행 소송까지 가게 되면 한앤코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다. 홍 전 회장과 계약서를 작성했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의도 받은 데다 인수자금도 마련했기 때문에 ‘계약 이행이 진행 중인 상황’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강제 계약 이행을 하게 되더라도 소송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경우 양측 모두 이미지 실추 등 타격을 입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남양유업은 불가리스 사태에 따른 불매 운동과 경영권 불안 등의 영향으로 2분기에도 21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9년 3분기부터 여덟 분기 연속 적자다.

민지혜/전설리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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