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국내 상장사들이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 같은 발표에도 주가는 급락했다. 코스피지수는 4개월여 만에 3100선 아래로 내려앉았고, 코스닥지수는 반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1000선이 무너졌다.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연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시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소식이 악재였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매물을 쏟아냈다.
19일 코스피지수는 1.93% 내린 3097.83에 장을 마쳤다. 지난 4월 1일 3100선을 돌파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외국인은 3307억원, 기관은 417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하락한 종목은 850개로 코로나19로 코스피지수가 바닥을 친 작년 3월 19일 이후 가장 많았다. 코스닥지수는 2.93% 급락해 991.15까지 밀렸다.
Fed가 테이퍼링을 발표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같은 날 대만 자취안지수와 홍콩 항셍지수가 각각 2.68%, 2.13% 하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한국거래소가 올 2분기 국내 상장사들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발표했지만 시장은 이를 피크 아웃(고점 통과)으로 받아들였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올 2분기 매출 합계는 550조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은 47조원을 돌파했다. 2분기 기준 사상 최대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제조업 중심으로 수출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하지만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분기를 거듭할수록 감소하고 있다. 작년 2분기 실적이 좋지 않아 발생한 기저효과가 사라진 데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더딜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실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올 1분기 고점(131.73%)을 찍은 이후 2분기 108.00%, 3분기에는 45.40%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간이 갈수록 수요 증가는 둔화되고 공급이 늘어나 다운 사이클에 들어간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주식 포지션을 줄여야 한다는 심리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재원/심성미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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