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이지스가 만든 밸류애드(Value-add) 펀드를 알리려고 미국·유럽·아시아 등을 다닐 때의 일이다. 유수의 해외 투자기관과 만날 때마다 ESG에 대한 질문이 빠지지 않았다.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당시만 해도 자산운용사는 투자자가 맡긴 자금을 잘 운용해 높은 수익을 거두는 것만이 최고의 목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미 투자 결정 시 수익률 뿐만 아니라 환경·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ESG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유엔환경계획(UNEP)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38%가 건설(10%) 및 건물 운용(28%)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탄소 중립을 위해 부동산 분야가 기여해야 할 부분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큰손’이 대체 투자 시에도 에너지 효율, 탄소 배출량 등을 따지기 시작한 이유다.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 발생 이후에는 이 같은 ‘녹색 바람’이 더 강하게 불기 시작했다. 국제 투자 기관들이 ESG 투자 가이드라인을 강화했다. 국내에서도 ESG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변화하지 않을 것 같던 부동산 자산운용 분야에서도 ESG가 새로운 화두로 급격하게 떠오르고 있다.
이지스는 사내 공감을 바탕으로 ESG 정책을 수립했다. ESG 관련 위원회 및 조직을 만들고, 투자 집행 시 ESG 체크리스트를 적용하고 있다. 국제적인 ESG 평가기관인 GRESB(Global Real Estate Sustainability Benchmark)는 이지스의 ESG 정책과 운용 자산(강남 오토웨이타워)를 평가한 결과, 2018~2020년 3년 연속으로 ‘5스타 등급’을 부여했다.
부동산 자산운용업계 전반에서도 보유 또는 건설하고 있는 오피스·물류센터에 리드(LEED·Leadership in Energy & Environmental Design) 등급 등 친환경 건축물 인증을 받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ESG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ESG 채권 발행, ESG 관련 공시 확대 등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ESG는 단순히 형식적으로 갖춰야 하는 게 아니라,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현재까지 ‘E(환경)’ 위주로 진행된 노력도 점차 S(사회), G(거버넌스)로 차츰 넓어질 것이다. 부동산 자산운용사들이 이 같은 노력에 동참한다면, 우리 생활에 가장 밀접한 요소인 ‘부동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