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른바 '별점 테러', '리뷰 갑질' 논란이 의료계로도 번지고 있다.
의료계는 일부 병원 이용객들이 '네이버 영수증 리뷰'로 악성 리뷰를 남겨 동네 병·의원 피해가 심각하다고 주장하는 상황. 반면 온라인에서는 네이버 영수증 리뷰가 불친절한 의사와 간호사에 대한 대응, 오진과 과잉 진료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창구라는 반응도 나온다.
이에 따르면 개원의 61.9%는 네이버 영수증 리뷰가 병원 평판이나 진료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다' 혹은 '막대한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피해를 봤다고 답한 374명 중 대다수인 302명(80.8%)은 매출 감소를 겪었다고 부연했다. 병원을 이전하거나 폐업 또는 재개업했다는 개원의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네이버 외의 포털 사이트 병원 리뷰로 인한 피해를 묻는 문항에서도 개원의 45.8%가 피해를 당했다고 답변했다. 이들 역시 매출 감소와 법적 문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영수증 리뷰는 'OCR 광학문자인식' 기술을 활용, 스마트폰으로 영수증을 스캔해 방문을 인증하는 서비스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이 운영하는 의료기관·매장 등을 방문한 이용객들이 후기를 달고 별점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용 후기 신뢰성을 높이고 소비자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취지로 도입했다. 그러나 일부 이용객들이 악의적으로 후기나 별점을 부여해도 제재를 할 수가 없어 피해를 보는 사례도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경기도 신도시에 개원했다는 한 의사는 "의료 서비스와 상관없는 부분, 이를테면 '병원이 지하철역에서 멀다', '엘리베이터를 오래 기다렸다', '약국이 근처에 없다', '병원 바로 옆에 식당이 붙어 있다'는 등의 리뷰가 올라와 황당하다"며 "성심껏 진료를 해도 의료 이외 항목에 대해 리뷰할 경우 대응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 간호사는 "같은 지역 다른 병원 관계자가 영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리뷰 및 별점 테러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악의적으로 공격해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누구도 리뷰에 책임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원의협의회는 "치료 결과에 불만을 품은 환자들이 보복성 댓글을 달거나 별점 테러하는 용도로 네이버 영수증 리뷰를 비롯한 포털사이트 리뷰를 이용하고 있다"며 "사안이 매우 심각해 유관기관과 법적 대응까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속적 모니터링을 통해 무분별한 포털 리뷰로 피해를 보는 회원이 없도록 적극 대응할 예정이다. 네이버 등 포털들도 무분별한 의료기관 포털 리뷰를 멈춰 달라"고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움직였다. 의협은 최근 네이버에 영수증 리뷰 운영 폐지 관련 협조 공문을 발송하면서 "도입 취지와 다르게 네이버 영수증 리뷰가 심각한 수준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주관적 평가로 인한 악성 리뷰를 받는 등 의료기관 피해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부정적 방법으로 악용되고 있는 영수증 리뷰 제도 폐지 또는 조속한 대책 마련을 요청하는 공문을 (네이버 측에) 발송했다"고 덧붙였다. 네이버는 "의협의 문제 제기에 대해 빠른 시일 내 대책 마련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네이버 영수증 리뷰는 2019년 11월 첫 선을 보인 이후 출시 1년 만에 데이터베이스화(DB)된 영수증 건수만 1억4000만건에 달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다. 하루 평균 65만건의 영수증 제출과 50만건이 넘는 리뷰가 생성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DB가 쌓이자 부작용이 발생했다. 해당 가게 영수증이 아니라도 리뷰를 쓸 수 있고, 한 개의 영수증으로 최대 세 곳까지 리뷰를 쓸 수 있었다. 실제로 영수증 리뷰 등록 과정에서 허위 등록은 문제로 지적돼 왔다. 예를 들어 A가게에서 사용한 영수증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후 '이 장소가 아니라면 수정하기' 버튼을 눌러 실제 이용하지 않은 B가게로 지정하는 등 악용 소지가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중소상공인과 의료계 등으로 논란이 확산된 별점 테러와 리뷰 갑질 사례다.
이에 네이버는 엄격한 심사 기준을 적용하고 서비스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준에 맞지 않는 영수증을 제출해 방문 인증 후 리뷰를 작성하는 행위, 타 업체의 영수증을 제출해 방문 사실을 거짓 인증하는 행위, 이미지 또는 문자나 계좌 캡처사진 등 영수증이 아닌 것을 제출해 거짓 인증하는 행위 등을 '어뷰징'으로 규정했다.
리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누리꾼들은 "불친절, 오진, 과잉진료하는 병원을 거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네이버 영수증 리뷰뿐" "일부 의사와 간호사들은 환자에게 짜증 섞인 말투로 응대하는데 어디에 털어놔야 하나" "그동안 병원 갑질 엄청 많았는데 의료계도 세상이 변했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반면 리뷰 기능 오용을 지적한 누리꾼들은 "아무것도 아닌 일을 크게 부풀려 악성 리뷰를 남긴다", "리뷰가 100% 맞지는 않다. 의료 분야는 중요도가 높은 만큼 리뷰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 "근거 없는 악의적 리뷰를 단 사람에게는 처벌을 내려야 한다" 등의 반박도 나왔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리뷰도 여론인 만큼 완전히 막을 경우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며 "최근 별점 테러, 리뷰 갑질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IT 분야에서 '블랙컨슈머'를 분류해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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