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괴물'이 온다.
콘텐츠 '괴물'로 불리는 월트디즈니컴퍼니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디즈니 플러스가 11월 한국 론칭을 확정 지었다. 아직 정식 서비스는 시작되지 않았지만 본격적인 진출에 앞서 디즈니가 한국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움직임은 이미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관계자들은 "지각변동은 이미 시작됐다"고 입을 모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마블, 픽사,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은 콘텐츠를 등에 업은 디즈니플러스는 올해 2분기 기준 누적 유료 구독자 수가 넷플릭스 2억9000만 명에 이어 글로벌 OTT 중 두 번째로 많은 1억1600만 명을 기록했다. 2024년까지 목표치였던 9000만 명을 훌쩍 뛰어 넘는 수준이다.
디즈니 플러스의 성장세는 디즈니 내에서도 고무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디즈니는 올해 2분기 170억 달러(약 20조 원)을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 167억 달러(약 19조 원)을 뛰어넘었다. 당기순이익은 9억1800만 달러(한화 약 1조 원) 정도였다. 디즈니 플러스의 기록적인 구독자수 증가가 덕분이다.
한국에서도 디즈니 플러스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를 기다린다는 예비 구독자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디즈니 역시 이를 모르지 않고 있다. 루크 강 월트디즈니 아태지역 총괄 사장은 "디즈니플러스는 폭넓은 콘텐츠로 아시아·태평양 소비자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전 지역의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국 시장을 겨냥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도 한창이다.
디즈니 플러스는 앞서 키이스트, NEW 등과 손잡고 한국 오리지널 콘테츠를 제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NEW의 드라마 제작 스튜디오인 자회사 스튜디오앤뉴에 660억 원을 투자하면서 향후 5년 동안 매년 1편 이상의 콘텐츠를 디즈니 플러스에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은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이 나온 건 2019년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제작사들과 발 빠르게 손잡으면서 디즈니 플러스가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놓는 건 더 빠를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스튜디오앤뉴에서 기획한 강다니엘, 채수빈 주연의 '너와 나의 경찰수업', 원작자인 강풀 작가가 직접 대본을 집필하고 조인성, 차태현, 한효주가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진 '무빙' 등이 디즈니 플러스에서 선보여질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되는 작품들이다.
'너와 나의 경찰수업'의 경우 이미 촬영을 시작했고, 늦어도 내년엔 방영이 가능하리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무빙' 역시 늦어도 올해 연말 전에는 촬영이 시작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몇몇 OTT에서는 배우들의 몸 값을 더 많이 투자해 왔다. 일종의 홍보비를 얹어 준 것. 그렇지만 디즈니 플러스 공개를 논의 중인 작품에 소속 배우의 출연을 논의했던 한 관계자는 "출연료를 이전보다 더 '얹어' 주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종편이나 케이블이 출범할 때나 OTT 출범 작품일 경우, 채널 인지도가 낮으니 '홍보비'로 출연료를 더 주곤 했지만 디즈니는 자체 인지도가 높으니 그럴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요즘은 채널도 다양해지고, 시청자들이 원하는 작품을 찾아 보는 시대 아니냐"며 "배우들도 색깔있는 채널, 작품을 찾는 분위기라 디즈니에 출연료를 더 요구할 거 같진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막강한 자금도 투입되고 있다. 앞서 넷플릭스가 올해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위해 55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고, 티빙 역시 향후 3년 동안 4000억 원을 투자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웨이브 역시 2025년까지 4년 동안 총 1조원의 투자한다고 밝혔다.
'무빙'의 경우 20부작에 총 제작비만 500억 원으로 알려진 작품. 이 외에 디즈니 플러스가 한국 시장에 얼마만큼 투자할지에 대해서는 전해지지 않았다.
디즈니는 2024년까지 디즈니 플러스 가입자를 늘리고, 이를 위해 콘텐츠 제작비에 연간 25억 달러(약 2조9000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중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얼마나 투입될 지 지켜볼 일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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