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10시께. 정식 개장을 30분 가량 앞둔 롯데백화점 동탄점의 1층 입구 4곳엔 사람들이 수십 명씩 줄을 섰다. 유모차를 끌고 온 젊은 부부, 아이들의 손을 잡은 가족들과 중년 여성들이 다수였다. 개장 후 30분이 지난 11시께 입구 한 곳에 설치된 열탐지기에는 총 3800여명이 입장했다고 기록돼 있었다. 37만 인구의 도시 동탄에 지금까지 없었던 백화점을 구경하기 위해 지역 주민들이 몰려나온 듯했다.
이날 동탄점에는 롯데쇼핑 전·현직 수뇌부가 총출동했다. 강희태 롯데그룹 부회장과 황범석 롯데백화점 대표는 동탄점으로 출근해 직접 매장을 둘러봤다. 이철우 롯데쇼핑 전 대표 등 전임 롯데백화점 사장들도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동탄점은 롯데백화점이 2014년 수원점 이후 7년만에 새로 연 점포다. 업계 2·3위인 신세계와 현대가 점포 리뉴얼과 신규 점포로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동탄점은 ‘백화점 1위’의 자존심을 회복할 한 방이 되어야 했다.
‘백화점은 패션 매장을 최대한 욱여넣는 곳’이라는 관념부터 버렸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후 백화점사업의 상품기획(MD)전략부문에 40여명 규모의 공간디자인팀을 새로 만들었다. 실내 마감 공사 등 기능적인 데에만 집중했던 백화점 인테리어의 개념을 바닥과 벽의 재질, 예술품 배치와 매장 위치까지 아우르는 점포 디자인으로 확장했다.
백화점의 1층에 화장품 매장을 넣는다는 공식도 과감하게 깼다. 동탄점은 1층에 몽클레어, 발렌시아가 등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명품 매장을 여유 있게 배치했다. 대신 세계적인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의 대형 작품 ‘In the Studio, December 2017’을 전시하고 3D LED 전시관인 ‘에이트 스퀘어’를 1층에 꾸몄다. 이날 소비자들은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 앞에서 방문 ‘인증샷’을 찍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화장품 매장은 제품 특성상 크기가 작고 매장이 서로 붙어있다”며 “1층은 ‘백화점의 얼굴’인 만큼 넓고 여유로운 백화점의 콘셉트에 맞게 구현할 수 있는 명품 매장과 거대 예술품을 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탄점은 연면적 24만6000㎡으로 경기 최대 규모 백화점이다. 단일 매장 규모로 롯데백화점에서 가장 큰 점포다. 그래서인지 매장을 크게 꾸미면서도 ‘선택과 집중’보다는 다양한 브랜드를 풍성하게 갖추는 데 힘썼다. 해외패션과 여성, 남성, 리빙 등 500여개 패션 브랜드가 1~6층에 집중됐다.
아동 브랜드가 집결한 4층에는 유모차를 끈 젊은 여성과 부부들이 많았다. 한 층 절반인 1500평 규모에 아디다스 키즈, 뉴발란스 키즈 등 유아동 브랜드가 모였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롯데백화점 점포 중 아동 브랜드가 가장 많은 매장”이라고 설명했다. 6층에 위치한 LG전자의 경기 최대 규모 프리미엄 매장에는 가전 상담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20여개 상담석에 가득찼다.
사람들이 가장 북적인 곳은 국내 최대 규모로 조성한 식품관 ‘푸드 에비뉴’였다. 축구장 두 개 면적(1만8900㎡)으로 백화점 전체 면적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공간이다. 이곳에 입점한 브랜드만 100곳이다. 먹거리가 중요한 주거 상권 특성상 롯데쇼핑이 마지막까지 브랜드 유치에 공을 들인 부분이다.
SPC가 운영하는 미국 유명 햄버거 체인 쉐이크쉑과 방송 프로그램을 모티브로 한 한식 레스토랑 ‘한국인의 밥상’, 인스타그램 유명 맛집 ‘콩콩도시락’ 등 식당을 가리지 않고 소비자들이 많았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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