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 토론회는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코로나19로 선거판에 대중 동원이 제한된 상황에서 공중파는 물론 종합편성채널, 유튜브 등 생중계 매체가 다양해졌다. 토론회 횟수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예비경선을 거쳐 대선 후보를 8명에서 6명으로 줄인 뒤 매주 두 차례씩 토론회를 열어 생중계하고 있다. 총 횟수만 20차례에 달한다. 국민의힘은 전문가 압박면접, 2 대 2 팀배틀 토론, 1 대 1 맞수토론 등 예전에 없던 형식까지 도입하기로 했다. 경선준비위원회 한 관계자는 “횟수로 따져도 민주당에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토론회는 직접 본 시청자뿐 아니라 방송, 신문, SNS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한 유권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며 “2017년 대선 초반까지만 해도 승승장구하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TV 토론회에서 ‘MB 아바타’라는 딱지가 붙은 뒤 지지율이 곤두박질친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안 대표의 지지율은 3주일 만에 37%(갤럽 기준)에서 19%로 반토막 났다. 정치 신인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대해 “토론회 한두 번 나오면 밑천이 드러날 것”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윤 전 총장은 부인과 처가의 각종 의혹이 네거티브의 단골 소재다. 윤 전 총장 부인인 김건희 씨의 결혼 전 사생활 의혹이 서울 종로의 한 서점 벽화(쥴리 벽화)로 등장해 사회적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오는 11월 이후 본선에서 그동안 준비한 파일들을 하나둘씩 꺼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네거티브 공세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지사는 ‘형수 욕설’과 같은 자극적인 공세에도 여권 내 지지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민주당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 대해 ‘페라가모 구두’ ‘내곡동 땅 셀프특혜’ 의혹 등을 제기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재명의 형수 욕설, 윤석열의 쥴리 논란 등 네거티브 소재는 현재 지지율에 모두 반영돼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며 “이보다는 후보로서 자질과 역량, 국정 운영 신뢰도 등이 유권자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내 경선에서도 당원들은 후보의 본선 경쟁력을 우선 따져본다”며 “그런 측면에서 집토끼보다는 중도 확장에 집중하는 전략을 우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네거티브 공방이 과열될 경우 경선 결과에 불복하는 후보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미 민주당 경선에선 “이재명 후보가 본선 후보가 된다면 (원팀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이낙연 후보 캠프 측 설훈 의원의 발언이 경선 불복 논란을 낳기도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3지대에 머물면서 캐스팅보트를 노리는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다.
코로나19로 인한 폐업과 실직이 급증하면서 포퓰리즘에 기반한 선전·선동이 득세할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1930년대 독일의 히틀러가 ‘1당 독재’를 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1928년부터 시작된 대공황”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에선 이 지사와 같은 포퓰리스트들이 더 주목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내외 불확실한 경제 여건으로 ‘돌발 악재’가 터져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4월 재·보궐선거 직전 불거진 ‘LH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함성득 한국대통령학연구소 이사장은 “우리나라 대선의 결과는 미래 지향적이라기보다 과거 지향적이었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드러난 기득권의 위선과 내로남불을 청산할 수 있는 후보가 표를 더 얻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좌동욱/오형주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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