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물든 아프간 독립기념일…탈레반, 시위대에 총격

입력 2021-08-20 17:36   수정 2021-09-30 12:10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19일(현지시간) 아프간 독립기념일을 맞아 독립 시위를 벌인 시민들을 향해 총격을 가해 사망자가 속출했다. 탈레반에 비판적인 언론인을 색출해 사살하는가 하면 수도 카불의 야간 통행을 전면 금지했다. “보복은 없다”던 탈레반이 약속을 어기고 공포정치를 본격화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아프간 독립기념일을 맞아 탈레반은 “오만한 강대국인 미국이 우리의 신성한 영토에서 후퇴하도록 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아프간은 영국 통치에서 벗어난 1919년부터 매년 8월 19일을 독립기념일로 기리고 있다. 탈레반은 “영국에 이어 미국으로부터 독립을 이뤘다”며 자축했지만 수도 카불을 중심으로 상당수 도시의 분위기는 달랐다. 시민들은 탈레반 통치에 반대하는 시위를 이어갔다.

탈레반은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으며 곳곳에서 사망자가 나왔다.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은 동부 잘랄라바드에서 4명 이상이 탈레반의 총격에 희생됐다고 보도했다. 전날에도 이곳에서 국기를 앞세운 시위가 벌어졌고 탈레반의 총격으로 3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 스푸트니크는 쿤나르주에선 탈레반이 국기로 덮인 차량을 향해 총을 쏘면서 3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탈레반에 비판적인 언론인들도 보복의 표적이 되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이날 탈레반이 도이체벨레 기자를 잡기 위해 그의 집에 들이닥쳐 가족 1명을 사살했다고 보도했다. 도이체벨레는 아프간 현지 라디오방송국 팍티아가그의 대표가 탈레반에 살해당했고 전했다. 독일 매체 디차이트에 자주 기고를 해온 번역가도 탈레반에 총살당했다.

미 국방부는 미국인과 미국에 협력한 현지인들이 탈레반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난 14일 이후 7000명을 아프간에서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하루평균 2000명 규모로, 당초 목표인 하루 5000~9000명 수준에는 못 미치는 속도다.

국내외적 혼란이 증폭되면서 아프간의 국내총생산(GDP)이 10~20% 급감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의 자회사 피치솔루션의 안위타 바수 아시아국가 리스크 책임자는 20일 “올해 아프간이 플러스 성장을 이룰지 예상하기 어렵다”며 이 같은 전망을 내놨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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