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끌어안는 중국…"서구 기준으로 아프간 판단 안돼"

입력 2021-08-21 09:31   수정 2021-09-30 11:43


중국이 국제사회를 향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을 포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21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특정한 가치관을 다른 민족이나 문명에 강요하는 것은 성공하기 어렵다"며 서구의 기준으로 아프간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프간의 미래는 아프간 인민이 결정해야 하고 각국은 아프간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며 "경제·금융을 어렵게 하거나 제재를 가하는 접근법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그 반대에 부딪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접근법은 탈레반의 발표를 중시하며 탈레반이 현대정치로 전환하도록 격려하는 것"이라며 "이것은 아프간 국민과 지역 안정에 유리하고 난민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프간의 자금을 동결하기로 하면서 탈레반 돈줄 옥죄기에 나선 미국을 비판하며 아프간에 대한 유화적인 접근법을 강조한 것이다.

왕 부장은 또 "이탈리아가 국제 문제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G20(주요 20개국) 순회 의장국을 맡는 것을 지지한다"며 "아프간 문제 해결에 적극 기여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마이오 장관은 "중국의 관점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탈레반과의 소통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마이오 장관은 또 아프간이 다시 테러의 중심지가 되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노력해야 하고 이탈리아도 G20 틀 안에서 공감대를 찾아 문제를 해결하기 희망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앞서 왕 부장은 전날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도 "아프간 상황은 또 하나의 반면교사의 교과서이며 교훈은 매우 고통스럽다"며 "미국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새로운 고통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라브 장관은 "아프간이 다시 테러의 진원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아프간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강조했다.

라브 장관은 또 영국이 아프간 난민 2만명을 수용할 것이라고 발표한 사실을 거론하며, 아프간의 이웃 국가들이 난민 수용에 나설 수 있도록 돕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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