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끝난 줄 알고…" 변호사 살인 '그알'서 어떤 고백했길래

입력 2021-08-21 10:59   수정 2021-08-21 11:15



제주도의 대표적 장기 미제(未濟) 사건인 ‘변호사 피살 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22년 만에 검거됐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해외 체류 중이던 조직 폭력배 출신 김 모(55) 씨가 캄보디아에서 검거돼 국내로 송환됐다. 경찰은 20일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그것이 알고 싶다'에 등장한 유력 용의자의 발언에 주목하고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이 사건 공소시효는 2014년 11월에 끝났는데, 김 씨는 공소시효 만료 전 8개월여 동안 해외 도피 생활을 했다.

현행법상 해외로 도피했을 경우 그 기간만큼 공소시효가 늘어나기 때문에 제주 사건의 공소시효는 2015년 8월이 됐다.

그리고 김 씨를 붙잡을 수 있었던 건 살인사건 공소시효를 폐지한 '태완이법'이 결정적이었다.



태완이법 적용 기준은 2015년 7월 31일이었는데, 김 씨는 이로 인해 늘어난 공소시효 덕분에 가까스로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된 것이다.

경찰은 즉각 인터폴 수배를 내렸고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던 김 씨는 캄보디아의 한 검문소에서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김 씨는 제주 지역 폭력 단체 조직원으로, 두목(2008년 사망)의 지시를 받고 같은 파 조직원 손모(2014년 사망) 씨를 통해 이 변호사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변호사(당시 44세)는 1999년 11월 5일 오전 6시 48분쯤 제주시 삼도2동 제주북초등학교 인근 주택가 도로변에 주차된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날카로운 흉기에 여러 차례 찔린 상태였다. 사고 현장에 지갑 등 소지품이 그대로 남아 원한이나 살인 청부에 의한 계획범죄로 추정됐다.

서울대 법대를 나온 그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홍준표 의원과 사법연수원 동기(14기)로 약한 이들에게는 선행을 베푸는 등 미담이 자자했다. 서울·부산지검 검사를 거쳐 고향 제주로 내려와 개업했다가 화를 당했다.



당시 경찰은 살인에 쓰인 흉기도 특징짓지 못했고 현상금까지 걸면서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지만 용의자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김 씨는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출연 당시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공소시효가 이미 끝난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도피 중엔 공소시효가 정지된다는 것을 몰랐다.

그는 '그것이 알고 싶다'에 이 변호사 사건을 잘 안다고 직접 연락했다.

그는 두목의 명령에 따라 동갑내기 조폭 '갈매기'를 시켜 이 변호사를 손보려 했다고 주장했다.

갈매기는 사건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주장도 했다.

이 변호사의 거센 저항에 우발적 살인이 일어났다는 것이지만 증언 중 범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구체적인 정황이 여러 가지 나왔다.

살인에 쓰인 흉기를 메스 같은 칼을 갈아서 날카롭게 만든 것이라는 증언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심장까지 관통한 흉기를 특징짓지 못했었으나 김 씨의 증언대로 실험 결과 갈비뼈를 뚫고 심장에 도달할 수 있었다.



당시 방송에서 표창원 교수는 "갈매기가 했다는 내용에 갈매기를 빼고 김 씨를 넣으면 모든 게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이수정 교수 또한 "20년 전 일을 이렇게 디테일하게 기억하기는 어렵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씨의 동거녀 또한 방송을 보고 "그가 취중에 변호사를 죽인 적이 있다고 말한 적 있다"라고 말해 신빙성을 더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김 씨가 자신에게 살인을 지시한 이를 압박하기 위해 이같은 제보를 직접 한 것이 아닌지 추측했다.

김 씨는 방송 직후 "프로파일러가 공돈 버는 건 아니구나 생각했다"라면서 "그날 사건 현장에 계셨냐"는 질문에 "없었다. 내가 있었다고 해도 날 처벌할 수는 없지 않나"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방송 직후 김 씨는 다시 해외로 잠적했지만 국제 공조로 검거돼 죗값을 치르게 됐다.

김 씨는 21일 오전 제주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되는데, 살인 교사 혐의를 적용했던 경찰은 살인 혐의 입증을 위해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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