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 조건으로 1억원을 지급하기로 한 80대 내연남이 약속을 지키지 않자 폭행해 사망케 한 50대 여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안동범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상해치사 등 혐의를 받는 A씨(57·여)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4년 지인을 통해 남성 B씨(80)를 만나 내연관계로 발전했고, 자신과 함께 작성한 '1억원 지급' 등의 내용이 담긴 각서 내용을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갈등을 빚어왔다.
두 사람은 2018년 7월 'B씨가 90세가 될 때까지 동거한다'는 내용을 담은 각서를 작성했다. 해당 각서에는 △B씨는 2018년 10월31일까지 함께 살 주택 매입을 위한 1억원을 A씨에게 지급한다 △B씨가 90세에 이르도록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B씨에게 1억원 이상을 요구하지 않는다 △폭행하지 않는다 △서로 살아있는 한 동거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B씨는 각서를 작성하기 전 A씨에게 액면금 1억원, 지금 기일 2018년 10월31일로 된 약속어음을 발행했고, 약속어음공정증서도 작성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 같은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A씨의 강제경매 신청과 B씨의 청구이의 소송까지 오가는 등 두 사람의 갈등은 고조됐다.
이 과정에서 술에 취한 B씨가 A씨에게 강제경매 신청 취소를 요구하자 화가 난 A씨는 B씨의 머리를 문틀에 수회 내리친 뒤 충격으로 의식을 잃은 B씨의 얼굴을 이불로 덮어둔 채 방치해 사망케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B씨에게 상해를 가한 적이 없고 B씨가 자해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이 있기 전부터 동거할 주택의 매입과 관련해 A씨와 B씨 사이에 상당한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각서에 A씨가 B씨를 폭행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된 바 A씨가 그동안 어떤 방식으로든 완력을 행사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또 "A씨는 80세 고령의 노인으로 완력이 약하고 당시 만취 상태였던 만큼 26살 어린 A씨가 힘으로 충분히 B씨를 제압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B씨가 피를 흘리면서 쓰러진 후 119에 신고하기까지 30분을 지체한 점 등을 종합할 때 A씨가 상해를 가하고 방치해 사망하게 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년 간 교제했던 고령의 피해자에게 잔혹한 방법으로 폭력을 행사해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중한 결과가 발생했다. 피해자가 사망하기까지 느낀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매우 컸을 것이고 유가족은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큰 상처를 입었다"고 덧붙였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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