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출범 7개월 됐는데…아직도 우편으로 사건 이첩

입력 2021-08-22 18:02   수정 2021-08-23 02:25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후 7개월이 지났지만 공수처와 검찰 간 업무 협력에 필요한 전산망이 아직도 마련되지 않아 수작업으로 사건을 처리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이첩 등을 둘러싸고 ‘공·검 갈등’이 이어졌음에도 정작 이 같은 업무 처리에 필요한 전산 시스템이 없어 고위공직자의 범죄 수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조달청의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지난 17일 공수처 사건 이첩과 범죄 인지 통보 등을 위한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개편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입찰 공고를 냈다. 대검은 앞서 6월과 7월에도 입찰 공고를 냈지만 모두 유찰됐다. 참가한 업체가 없거나 한 곳만 참가하면 유찰된다. 대검이 제시한 사업금액은 12억1600만원이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은 검찰과 경찰, 법원이 연결해 사용하는 통합 업무 전산망이다. 서로 사건 처리를 지원하고, 사건 관련 기록과 정보 등을 공유하는 역할을 한다. 대검이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을 개편하려는 목적은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하거나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이를 수사처로 이첩하는 작업을 위한 것이다. 공수처와 검찰 간 수사 자료와 증거물을 주고받기 위해서도 시스템 개편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두 기관은 우편이나 사람이 직접 서류를 전달하는 인편으로 이첩 작업 등을 해왔다. 공수처가 아직 독립된 전산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탓이 크다. 공수처는 현재 사건 처리를 포함한 모든 업무를 개별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공수처와 수사 상황 공유를 위해 전산망을 개편하더라도, 공수처가 ‘수작업’으로 일을 처리하는 현 상태에선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공수처는 지난달 초에야 형사사법정보시스템 구축을 위한 사업자를 선정하고 개발 단계에 들어갔다. 구축 작업은 일러도 내년 2월에야 마무리될 계획이다.

법조계에서 “공수처가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이지만 기밀 정보 관리가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수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조희연 서울교육감 등과 관련된 고위공직자 고소·고발 사건을 2000건가량 접수했지만, 아직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다. 사건이 쌓일수록 사건 처리 및 기록 관리가 더 녹록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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