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지난 18일 국내 기업 LS엠트론이 미쓰비시중공업에 지급해야 할 물품대금 8억5000만원에 대해 압류·추심 결정을 내렸다. 미쓰비시중공업은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책임을 외면하고 있었다. 이에 피해자들은 미쓰비시중공업의 상표권·특허권을 압류 신청을 내는 등 대응을 해왔다. 이번 압류로 피해자들이 실질적으로 손해배상을 받을 길이 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기업들의 혼란이 가중됐다. 먼저 LS엠트론의 거래 대상이 미쓰비시중공업과는 별개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엔진시스템’이기 때문에 자산 압류 대상이 맞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미쓰비시중공업, 일본제철 등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동원 기업과 거래하는 다른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비슷한 사례가 더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 기업과 거래하는 국내 기업의 또 다른 ‘한·일 관계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강제징용 판결도 계속 엇갈리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단독25부는 또 다른 강제징용 피해자 재판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민법에 따르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는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손해 또는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내에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한다. 박성인 부장판사는 “원고들의 권리행사 장애 사유가 2018년 10월 대법원 확정판결이 아닌, 2012년 5월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로 해소됐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앞서 광주고법은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2018년 10월을 권리행사 장애 사유가 해소된 날로 인정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6월엔 강제징용 피해자 85명이 일본제철, 닛산화학,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1심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부장판사 김양호)는 “개개인의 피해자에게 소송을 낼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 판결을 내렸다. 피해자들은 반발하며 항소했다.
재판부가 항상 같은 결론을 내놔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같은 법에 대해서도 정반대 결론을 도출하는 등 ‘중구난방 해석’이 이어진다면 강제징용 피해자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의 혼란 역시 가중될 것이다. 모두가 존중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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