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들은 꼬마 빌딩 가격이 최근 수년간 단기간에 많이 오른 반면 임대수익률(임대료 수입을 투자금으로 나눈 것)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여서 ‘묻지마 투자’에 나섰다간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최근 비(非)주택에 대한 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빌딩 매입 자금 마련이 예전보다 어려워졌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거 빌딩은 기업이 주로 소유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급등하고, 주택시장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소형 빌딩으로 눈을 돌리는 개인투자자가 늘고 있다. 2019년 시행된 ‘12·16 부동산 대책’에 따라 규제 지역 내 매매가 15억원 이상인 아파트는 100% 현금으로만 매입해야 하지만 꼬마 빌딩은 최대 70%까지 담보대출이 가능하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 상업·업무용 빌딩 거래 건수는 2036건으로, 작년 상반기(1434건)보다 42.0% 늘었다. 같은 기간 거래 금액도 9조6300억원에서 18조44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91.5%) 급증했다.
이 중 꼬마 빌딩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다. 올 상반기 매매가 50억원 미만의 상업·업무용 빌딩 거래 건수는 1232건으로, 전체의 60.5%를 차지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저금리로 인해 국내 단기 부동자금은 넘쳐나는데 주력 투자 상품이던 주택이 규제로 꽁꽁 묶이면서 현금 자산가들이 꼬마 빌딩 같은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했다.
특히 강남권에선 50억원 미만의 빌딩 매물이 씨가 마른 상황이다. 투자자들이 대체재로 찾은 지역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올 2분기 마포구의 50억원 미만 빌딩 거래 건수는 29건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았다. 강남은 21건, 성동구와 용산구는 각각 19건과 13건이었다.
빌딩 구입 자금을 대출받는 게 한층 더 까다로워졌다는 점도 투자 시 고려해야 할 요소다. 정부는 지난 5월 비주택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TV)을 종전 80%에서 70%로 낮췄다. 지난달부터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비주택의 LTV를 40%로 제한하고 있다. 현재 강남구 대치·삼성·청담·압구정동, 성동구 성수동, 양천구 목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용산구 이촌동 등 서울 인기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상가 건물을 살 땐 일정 면적 이상을 실사용해야 한다. 전체 건물을 임대 목적으로 매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빌딩 매입 자금 상당 부분을 대출받은 투자자는 하반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대출금리도 올라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꼬마 빌딩을 살 때 구입 자금을 넉넉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수리비 등 추가 비용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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