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저항세력 진압 돌입…내전 치닫는 아프간

입력 2021-08-23 09:21   수정 2021-08-23 09:22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가운데 반(反) 탈레반 저항세력이 아프간 북부에 집결하며 내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저항세력 지도자로 나선 아프간 '국부'의 아들 아흐마드 마수드(32)는 탈레반에 포괄적 정부 구성을 요구하며 협상을 거부할 경우 내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 경고했다.

23일(현지시간) 마수드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알아라비야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소련에 맞섰으며 탈레반에도 저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 여러 지역으로부터 정부군이 판지시르에 집결한 상황"이라며 "탈레반이 현재 노선을 고수한다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아프간을 지킬 준비가 돼 있고, 유혈사태를 경고한다"고 했다.

마수드는 아프간 '국부'로 불리는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이다. 아흐마드 샤 마수드는 1979∼1989년 아프간을 점령한 소련에 맞서 반군을 이끈 사령관이다. 그는 결국 소련을 철수시키고 국방장관에 올랐다. 1996∼2001년 탈레반 집권 시기에도 탈레반에 저항하며 승전을 거듭했지만, 2001년 암살됐다.

아프간 북부 판지시르와 파르완, 바글란 등 3개 주에는 정부군과 지역 민병대로 구성된 저항군이 진지를 구축했다. 카불 함락 이후 판지시르에는 수천 명의 반대파가 운집했고, 마수드 휘하에만 9000명이 집결한 상태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선언한 암룰라 살레 제1부통령, 야신 지아 전 아프간군 참모총장, 일반 군인들도 포함됐다.

저항군은 포괄적 정부 구성을 탈레반에 요구하고 있다. 마수드는 로이터와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는 탈레반이 협상만이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길 바란다. 우리는 내전을 원하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자신의 지지자들은 진압에 나선 탈레반에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전체주의 정권'이 국제사회에 인정돼서는 안 된다며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했다.

정부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는 탈레반은 저항세력 진압에 돌입했다.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판시지르에 진압군을 투입했다. 탈레반은 트위터를 통해 "지역 관리들이 평화로운 이양을 거부한 뒤 수백의 이슬람 전사들이 판지시르로 향했다"고 밝혔다. 스푸트니크는 판지시르에 도착한 탈레반군이 공격 명령을 기다리는 상태라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내전으로 치달을 경우 저항 세력이 외부의 도움 없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회의적인 관측이 나온다고 밝혔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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