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사업에 실패한 뒤 음식점을 차려 꾸준히 월 수익 600만원을 버는 A씨. 핵심 상권에서 영업하며 단골도 많지만 그간 기성 은행에서 대출 한도를 늘리기가 쉽지 않았다. 소상공인에 대한 신용평가가 영업장이 아니라 사업주의 개인 신용등급과 금융 이력을 기준으로 이뤄져서다.
최근 정보통신(IT) 업계에선 이 같은 소상공인 대출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도록 개인사업자 전용 신용평가 사업을 키우는 기업이 늘고 있다. IT기업들의 장기인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다. 상권 유동인구와 단골 매출 등 데이터를 금융 데이터와 접목하는 게 특징이다. 소상공인 대출시장은 성장세가 크다는 점도 IT기업이 앞다퉈 서비스를 내놓는 이유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831조8000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8.8% 늘었다.
카카오뱅크와 한국신용데이터는 양사가 보유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영업 상황을 반영한 소상공인 신용평가 모델을 마련하는 게 목표다. 가게 단골 수, 입지 조건, 소속 상권 성장성, 객단가 등 유·무형 경쟁요소를 평가에 반영한다. 각각 운영 중인 대안 신용평가 모델도 활용한다. 카카오뱅크는 이미 자체 신용평가 모델을 대출 상품에 적용하고 있다. 카카오택시 탑승 정보, 카카오커머스 구매·환불 횟수 등 이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만들었다. 한국신용데이터는 금융사가 가게 주인의 신용정보뿐 아니라 사업장의 경영 상황까지 포괄적으로 따져 대출액을 평가하게 하는 데이터 서비스 ‘크레딧브릿지’를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캐피탈과 협업해 신용평가모델을 활용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금융사가 아니라서 직접 대출을 내줄 수 없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캐피탈이 받은 대출 신청 건을 네이버파이낸셜이 자체 신용평가 모델을 통해 심사하고, 결과를 전달받은 미래에셋캐피탈이 한도와 금리를 정해 대출을 내주는 식으로 이뤄진다. 네이버에 따르면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은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대출 약정액 500억원을 넘겼다. 대출받은 이들의 약 42%가 기존 금융권 대출상품을 이용하기 힘들었던 간이 사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사도 소상공인 대출 사업으로 발을 넓히려 하고 있다. KT는 연내 점포 신용평가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마이데이터 실증서비스에 선정됐다. 통신 데이터와 기지국 기반 상권 분석 데이터를 두루 활용한다. KT는 이를 지난해 말 출시한 소상공인 상권분석 서비스 ‘잘나가게’를 기반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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