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들어 공식 석상에서 '공동 부유'를 거론한 횟수가 작년 전체의 두 배를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분배 중심 사회주의로 회귀하는 중국의 정책 변화를 이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올해 총 65차례 공동 부유를 언급했다. 지난해 30회에서 크게 늘었다. 시 주석이 집권한 2012년 5회였던 공동 부유 발언은 두 번째 임기(2017년) 시작을 앞둔 2016년 16회로 늘었다. 이후 2019년 6회로 줄었다가 작년에 다시 급증했다. 시 주석은 내년 가을 공산당 당대회에서 세 번째 집권에 도전할 전망이다. 앞선 장쩌민과 후진타오 주석이 5년씩 2연임(총 10년)한 후 물러났던 관행을 바꾸는 커다란 도전이다.
마리아 렙니코바 미 조지아대 중국정치학 교수는 "공동 부유와 같은 정치 슬로건을 통해 향후 정책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17일 공동 부유의 개념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핵심 지도부가 모두 참석한 중앙재경위원회에서 공산당은 공동 부유의 목표 실현을 위해 분배의 역할을 제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유층과 기업이 차지하는 몫을 줄여야 한다는 방향성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그동안 '소득이 지나치게 많은 일부 초고소득층'을 문제로 지적해 왔던 것과 달리 일반적 부유층의 소득 문제까지 언급한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세금, 사회보장제도, 소득 이전 등을 통해 전면적 부의 재분배를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의 빈부 격차는 정권을 흔들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으로 분석된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14억 중국인 중 6억명이 월 수입 1000위안(약 18만원)의 빈곤 상태라고 토로했다. 반면 상위 1%가 가진 자산의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30.6%로 20년 전의 20.9%에서 크게 뛰었다는 게 크레디트스위스의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자산을 기준으로 한 중국의 지니계수가 2000년 0.599에서 지난해 0.704로 뛰었다. 지니계수는 분배의 평등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0에서 1로 갈수록 불평등하다는 의미다.
시 주석이 공동 부유 언급을 대폭 늘린 것을 두고 덩샤오핑의 '먼저 부자가 될 사람은 부자가 되라'는 선부론(先富論)에서 마오쩌둥의 공부론(共富論)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딩솽 스탠다드차타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자본주의 선진국들도 빈부 격차를 줄이려 하는데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공동 부유를 추구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득 격차를 줄이는 1차분배, 세금과 사회보장제도를 통한 2차분배, 부유층과 기업의 '자발적' 기부를 통한 3차분배 등에서 앞으로도 다양한 정책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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