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타고 싶어 쏘나타 팔았다"…중고차 시장서 난리난 車

입력 2021-08-23 15:31   수정 2021-08-2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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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앞서간 차."

2015년 단종된 현대차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베라크루즈'가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판매량 부진으로 시장에서 사라졌지만 '3000cc급 V형 6기통 디젤 차량'만의 독보적 주행 성능이 재평가되면서 단종 6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역주행하는 분위기다.

23일 중고차 직거래 온라인 장터 '띠띠빵빵' 등에 따르면 베라크루즈 중고차 구매 관련 문의글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이용자는 "베라크루즈를 너무 타고 싶어 타던 쏘나타(DN8)를 팔았다"면서 "좋은 매물을 구하려고 온종일 검색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모하비 차주지만 베라크루즈를 타보고 싶다며 두 차량의 승차감 차이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세컨드카나 주말용 차량으로 눈독 들이고 있다며 매물을 구하는 글도 종종 눈에 띄었다.


베라크루즈는 2006년 10월 출시된 도심형 고급 SUV다. 전장·전폭·전고는 각각 4840mm·1970mm·1795mm로 대형 SUV 팰리세이드보다 살짝 작고 축간거리(휠베이스)가 2805mm에 이른다. 승차 정원은 7인승이다.

출시 당시 베라크루즈는 시장에서 독특한 SUV로 존재감을 알렸다. 대형 SUV가 취하던 고전적인 '바디 온 프레임' 차체구조와 후륜구동이 아닌 승용차에서 주로 쓰이던 일체형 차체구조와 전륜구동을 채택했기 때문. 바디 온 프레임은 기아 모하비가 채택한 구조다. 사륜구동 시스템도 당시 대형 SUV가 채택하던 파트타임 사륜구동이 아닌 상시 사륜구동(AWD)을 적용했다.

당시 새로 개발된 'S엔진'도 신선한 요소였다. S엔진은 현대차가 독자 개발한 첫 V형 6기통 디젤 엔진이다. 배기량이 3L에 이르며 최대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46.0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2012년 이후에는 성능과 연료 효율을 개선해 출력과 토크를 각각 255마력, 48.0kg·m까지 늘린 'S2엔진'이 장착됐다.

그러나 베라크루즈 판매 당시만 해도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대형 SUV의 위상은 지금과 같지 않았다. 더군다나 구동 방식과 차체구조 등 기존 대형 SUV 설계에서 다소 벗어난 베라크루즈는 기대보다 시장의 관심을 얻지 못했다.

이후 2008년 파트타임 사륜구동, 바디 온 프레임 등을 채택한 기아 모하비의 등장으로 베라크루즈는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2013년 맥스크루즈 출시 이후 상황은 더 악화됐다. 2015년 유럽연합(EU)이 배출가스 규제(유로 6)를 강화하자 결국 단종 수순을 밟았다. 판매량을 감안했을 때 엔진 개량에 투자할 만한 수익성이 나오지 않는다는 게 당시 현대차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단종 이후 베라크루즈 가치가 재평가되면서 관심이 높아졌다. 요즘 나오는 차들에 비해 편의사양 등 옵션은 부족하지만 3000cc급 6기통 디젤 엔진만이 가진 주행 성능과 승차감과 정숙성에 주목하면서다.

최근 친환경 트렌드로 인해 낮은 배기량만으로 엔진이 보다 높은 성능을 낼 수 있게 하는 '다운사이징' 추세가 자동차 업계 이어지는 가운데 과거 대배기량 차량이 가진 주행 감성을 잊지 못하는 소비자들 수요가 베라크루즈로 쏠린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동일한 엔진이 모하비에도 들어가 있다. 그러나 SUV이지만 세단 못지않은 승차감은 베라크루즈의 차별화된 강점으로 꼽힌다.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베라크루즈가 고급 세단 못지않은 승차감에다 가솔린 차량에 뒤지지 않는 엔진 정숙성도 베라크루즈의 경쟁력 요인으로 통한다.

국내 중고차 플랫폼 엔카닷컴에 따르면 이륜구동(2WD) 사륜구동(4WD) 3000cc급 디젤 엔진 기준 베라크루즈 시세(23일 기준)는 299만~2399만원에 형성돼 있다. 현재 등록된 총 매물 432대 가운데 2000만원대 매물은 17대로 대부분 차량 가격이 1000만원 안팎이다.

엔카닷컴 관계자는 "베라크루즈는 꾸준히 연 300~400대 수준으로 매물이 등록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 맥스크루즈 매물 대수가 평균 150~200대 정도로 베라크루즈는 매물 등록 대수가 높은 수준이라 이 급을 원하는 꾸준히 소비자 반응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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