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대기업집단이 패션에 뿌리를 둔 계열사를 통해 초고가 화장품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 전문기업 한섬이 기대를 모은 첫 화장품 브랜드 ‘오에라'를 선보였다. 앞서 올 3월에는 신세계그룹 계열 신세계인터내셔날이 10년간 준비한 '뽀아레'를 내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섬은 오는 27일 고급 화장품 브랜드 ‘오에라’를 출시한다.
한섬이 패션 외에 다른 사업을 시작한 것은 1987년 창사 이후 처음이다. 한섬은 화장품 사업 시작과 함께 고객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첫 화장품 브랜드 오에라는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를 콘셉트로 설정했다. 브랜드명은 ‘zero(0)’와 ‘era(시대)’의 합성어로,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피부의 균형점을 새 시대에 전달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섬은 글로벌 스킨케어 브랜드의 연구개발(R&D) 연구소 총괄 부사장을 역임한 스벤골라 박사를 영입하며 브랜드 제품력을 키웠다. 기능성 스킨케어(기초화장품) 제조 기술이 우수한 스위스 화장품 연구소와도 손잡았다. 로션, 스킨 등 스킨케어 라인은 전량 스위스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패키지 디자인은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의 패키지 디자인을 담당하는 미국 디자인 전문업체 ‘모조’와 손잡고 기획했다.
오에라는 20여 종의 스킨케어와 선케어(자외선차단) 제품을 선보인다. 내년에는 메이크업(색조화장품)뿐 아니라 향수, 보디케어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주요 제품 가격은 20만~50만원대로 설정했다. 최고가 제품은 시그니처 프레스티지 크림(50mL)으로 120만원대다. 한섬은 그룹 내 계열사인 천연 화장품 원료 1위 기업 현대바이오랜드와 협업해 기능성 화장품을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1호 매장은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 내기로 했다. 이후 올해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판교점, 더한섬하우스 부산점·광주점 등에 매장을 열 계획이다.
한섬 관계자는 “한섬의 강점인 고품격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화장품에도 적용시켜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며 “향후 리빙·식품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혀 ‘라이프스타일 명가’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3월 '최상위 럭셔리 화장품'을 표방하는 브랜드 '뽀아레'를 선보인 바 있다. 10년간 준비 끝에 선보인 다섯번째 자체 브랜드 뽀아레를 축으로 글로벌 뷰티 명가로 도약한다는 포부다.
브랜드는 2015년 인수한 패션하우스 '폴 뽀아레'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기초·색조화장품을 선보였다. 크림 1개 가격이 최고 72만원으로 초고가 화장품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 브랜드 모두 국내와 함께 해외 시장도 두드린다.
한섬은 ‘화장품 큰손’ 중국 시장에 이르면 올해 안에 나서기로 했다. 한섬의 중국 법인(한섬상해)를 통해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외 면세점에도 입점을 추진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뽀아레에 대해 현재 유럽 화장품 인증(CPNP) 절차를 완료한 상태다. 또한 지난해 7월 인수한 스위스퍼펙션을 통해 해외 화장품 사업 확대를 추진한다. 스위스퍼펙션은 현재 세계 31개국에 진출한 상태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해외의 다양한 인종과 피부에 맞춰 종류를 다양화하며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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