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국내 과자값 안 올린다…8년째 동결

입력 2021-08-23 17:25   수정 2021-08-24 01:37

오리온이 올해도 국내 과자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2013년 후 8년 연속 동결이다. 연초부터 가공 식품업체들의 가격 인상 러시가 이어지고 있지만 오리온은 경영 효율화를 통해 원가 상승분을 흡수해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오리온은 초코파이와 포카칩 등 국내에 공급하는 전 제품 가격을 동결한다고 23일 밝혔다. 오리온은 2013년 후 국내 시장에서 제품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있다. 전분당, 유지류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올라 제조 원가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데이터 기반 재고관리 등으로 비효율을 제거해 원가 상승을 최대한 억제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오리온을 제외한 다른 제과업체는 원가 상승 압박을 버티지 못하고 최근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경쟁사인 해태제과는 지난 1일부터 홈런볼과 맛동산 등 5개 제품 가격을 평균 10.8% 인상했다. 롯데제과도 빠다코코넛과 제크 등 주력 제품 11종 가격을 다음달 1일부터 평균 12.2% 올릴 예정이다. 카스타드, ABC초콜릿 등 일부 제품은 가격을 동결하는 대신 중량을 줄인다.

오리온은 국내 시장 가격을 동결하는 대신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제품 가격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오리온 중국 법인은 다음달 1일부터 초코파이 등 파이 제품 4종 가격을 6~10% 인상한다. 중국 법인의 가격 인상은 2010년 후 11년 만이다. 러시아 법인은 오는 10월 1일부터 파이, 비스킷 등 전 품목의 가격을 평균 7% 올릴 예정이다. 원재료 가격 상승에 환율 하락 요인까지 더해져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베트남 법인은 팜오일, 설탕, 생감자 등 주요 원재료 단가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가격을 동결하기로 했다. 베트남 스낵 시장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어 가격 인상 대신 다양한 신제품 출시와 적극적인 영업 활동을 통해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오리온의 해외 매출은 전체 매출의 66%로, 국내 매출의 두 배에 달한다. 경쟁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국내 매출 비중이 장기간 가격을 동결할 수 있는 비결로 꼽힌다. 오리온 관계자는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커진 소비자의 근심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가격 동결을 결정했다”며 “앞으로도 제조 효율화 등을 통해 가격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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