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내 폐쇄회로TV(CCTV) 설치가 의무화된다. 환자 측은 병원에 수술 장면 촬영을 요청할 수 있다. 의료계는 “의사들이 어려운 수술을 기피하게 될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3일 전체회의를 열어 수술실 CCTV 의무 설치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대리수술 논란 등으로 2015년 이 법안이 발의된 지 6년여 만이다. 법안 공포 후 시행까진 2년의 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 의료계는 중증환자 수술 기피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반대해왔지만 여야는 환자단체들의 요구와 높은 찬성 여론 등을 고려해 법안을 상임위에서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르면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할 경우 병원은 수술실 내부에 CCTV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환자와 보호자는 병원에 수술 장면 촬영을 요청할 수 있고, 촬영한 영상은 의료분쟁이 벌어졌을 때나 환자와 의료진 모두 동의했을 때 열람이 가능하다. 응급수술과 전공의 수련을 저해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진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민주당 복지위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대리수술과 성추행이 의료 현장에서 근절될 것”이라고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을 내고 “정보 유출로 인한 개인권 침해는 물론 환자와 의사 간 불신이 조장될 우려가 크다”며 “헌법소원을 포함해 법안을 저지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대리수술 등 불법행위 차단…법안 공포 후 2년 유예기간 둬
국회 논의 과정에서 수술실 내부가 아닌 출입구에 설치하는 방안과 의료기관이 설치 위치를 정하도록 하는 안까지 언급됐지만 결국 환자단체가 요구했던 수술실 내부 설치로 결론이 났다. 다만 응급수술이나 위험도가 높은 수술, 전공의 수련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의료진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조항을 뒀다. 법안 공포 후 시행까진 2년의 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 복지위 소속인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무설치를 하도록 한 만큼 설치 비용을 일부 지원하도록 할 것”이라며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21대 국회 들어 민주당이 171석을 확보하면서 의무화 법안이 힘을 받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6월 국민 97.9%가 CCTV 의무화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개정안 통과에 유보적 태도를 보인 보건복지부는 대리수술 논란이 이어지자 6월 이후 의무화 찬성으로 입장을 정했다.
신중한 논의를 요구했던 국민의힘도 여론 등을 감안해 의무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민의힘 간사인 강기윤 의원은 “오늘 합의는 했지만 유예 기간 동안 이해단체와 전문가 의견을 꼭 반영해 야당이 말하는 비용, 정보유출 문제를 심각하게 논의해 달라”고 했다.
민주당 복지위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오랫동안 장외 협상을 했기에 25일 본회의에서 빨리 처리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법사위 숙려기간(5일)을 고려할 때 본회의 의결은 다음달로 밀릴 수 있다.
고은이/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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