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측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한 영업점 창구직원은 “당장 몇 달 앞을 내다볼 수 없으니 고객에게도 대출 가능 여부에 대한 확답을 못해주고 있다”며 “당국이 가계대출 총액만 잘 관리하라고 할 뿐 명확한 지침을 내려주지 않아 현장에서도 갈피를 못 잡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처럼 실수요자 반발이 예상보다 거센 것으로 나타나자 금융당국도 크게 당황하고 있다. 오는 27일 예정된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끝나는 대로 강력한 추가 대출 규제를 내놓겠다며 ‘강공 드라이브’를 걸었던 금융위는 이날 “농협은행을 제외한 다른 은행에서는 가계대출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겠다”며 한 발짝 물러섰다.
금융위는 보도설명 자료를 통해 “농협은행·농협중앙회 주택담보대출 취급 중단과 같은 조치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매우 작다”며 “대다수 금융회사는 가계대출 자체 취급 목표치까지 아직 여유가 많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농협은행에 이어 대출이 일부 중단된 우리은행과 SC제일은행에 대해서도 사안 자체가 다르다고 해명했다. 금융위 측은 “우리은행은 9월까지 (가계대출 총액 관리를 위해) 전세대출을 한시 중단한 것으로 4분기가 시작되는 10월부터는 재개할 것”이라며 “SC제일은행도 이용이 저조한 일부 유형의 취급을 중단했을 뿐 대부분의 주택담보대출은 정상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금융위는 다만 “지난해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신용 팽창이 빠르게 진행돼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금융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며 “지난 1년 반과 달리 하반기부터 대출금리 인상, 우대금리 하향 조정, 대출한도 축소 등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위는 도마에 오른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이 없다”며 정책상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요즘엔 현금을 충분히 갖고 있더라도 전세자금대출이나 주담대를 최대한 당겨 받은 뒤 주식이나 암호화폐 등에 투자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금리가 오르고 자산시장에 충격이 발생하면 차주 피해가 엄청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런 사태를 최소화하려면 (통화당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제외하고) 가계대출 총량이 급격하게 늘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호기/김대훈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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