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공사 재정난은 코로나 이전부터 고질화된 구조적 문제다. 서울지하철은 2017년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합병 이후 2019년까지 3년 연속 5000억원대 적자를 냈다. 코로나 확산으로 적자 규모가 더 커져 지난해 약 1조114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올해는 적자 규모가 1조6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빚도 급속히 늘고 있다. 지난해 말 공사채 발행규모가 2조원을 넘었고 단기부채까지 합하면 3조원에 육박한다.
이렇게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정부와 서울시, 서울교통공사 노사 등 4자(者) 모두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등 관련 정부 부처들은 수년간 요금 현실화를 공론화하는 것을 폭탄 돌리듯 미루고 회피해왔다. 행안부는 서울지하철의 부채한도만 높여줬을 뿐, 빚 감축계획은 제대로 요구하지도 않았다.
공사 감독 및 요금책정권을 가진 서울시도 지난 몇 년간 구조조정이나 요금 인상 등 껄끄러운 문제는 “일단 덮어놓고 보자”는 식으로 일관했다. 신임 오세훈 시장이 지난 6월 공사의 자구노력을 주문했지만 만시지탄이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최근 요금 인상을 요구하며 정원 10% 감축, 복리후생 축소 등 자구안을 발표했지만 노조 반발로 실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노조 측은 부실의 주된 원인으로 65세 이상 고령층 무임승차를 지목해왔다. 그러나 고령층의 상당수는 요금이 유료화되면 지하철 이용을 안 하거나 대폭 줄일 사람들인 만큼 이들의 무임승차를 적자 주범으로 모는 것은 옳지 않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는 통합 이전부터 막대한 적자와 부채에도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임직원 해외연수에 수억원, 퇴직금과 휴가수당으로 수백억원을 지급하는 등 방만경영의 대명사였다. 이제 와서 ‘코로나 탓, 무임승차 탓’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렇게 모두가 책임은 안 지고 ‘남 탓’만 해서는 해결책이 없다. 지속된 자금 부족은 자칫 안전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승객 한 명당 비용의 60%에 불과하다는 요금 현실화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 서울교통공사 노사는 군살빼기와 뼈를 깎는 자구 및 구조조정부터 하는 게 순서다. 그래야 공사도 살고 ‘빚더미 지하철’이라는 오명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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