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열 기자
누구나 내집마련 하는 그날까지, 서기열의 집터뷰. 오늘은 부동산 칼럼니스트 구피생이로 활동하고 계시는 김민규 작가님 모셨습니다. 오늘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근간이 되는 8·2 대책이 발표된 지 정확히 4년이 되는 날입니다. 의미있는 날 인터뷰를 하게 됐는데요. 책 제목이 '모두가 기분 나쁜 부동산의 시대'입니다.
(*8월 2일 진행된 인터뷰입니다.)
▷김민규 작가(구피생이)
지금 아무도 기분이 좋거나 편한 사람이 대한민국에 부동산 관련해선 없는 것 같습니다. 일단 무주택인 분들 같은 경우는 당연히 굉장히 기분이 편치 않으실 것이고요. 1주택자 같은 경우도 뭐 어쨌든 내 집값도 좀 올랐으니까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 그때 그냥 좀 더 큰 집 살 걸', '조금 더 새집 살 걸'. 그리고 지금 와서 이사를 하려고 봤더니 옛날엔 한 1억~2억만 더 보태면 될 것 같았는데 그 단위가 아니게 된 거죠. 다주택자는 당연히 기분이 더 좋아야 할 것 같은데 집을 팔면 뭐 3분의 2 이상이 양도세로 나오게 되는 이런 상황이고요.
정부는 기분이 좀 좋아야 할 것 같은데 좋을 수가 없죠. 왜냐면 집값이 너무 사회 문제가 되니까. 편치 않은 상황이고요. 아마 기분이 그래도 조금 좋은 건 국세청 정도가 아닐까.
▶서기열 기자
세금이 많이 걷혀서.
▷김민규 작가(구피생이)
네. 그런 생각이 좀 드네요.
▶서기열 기자
정말 4년 전에 잘못 끼웠던 단추가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래서 집값이 현 수준까지 오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뭘까요.
▷김민규 작가(구피생이)
현실 인식이 상당히 잘못됐거나 아니면 잘못된 어떤 생각 위에 서 있었다, 이 말씀 드리고 싶어요. 정부가 그 당시 얘기했던 건 공급은 충분하지만 투기 목적으로 가세한 수요들이 시장에 들어와서 집값을 좀 흐려놓고 있다, 특히 투기라는 단어를 굉장히 많이 썼는데요. 통계를 보면 이래요. 2017년 초 기준으로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이 100명 있다고 하면 그 중에 85명이 1주택자였습니다. 12명 정도가 2주택자였고요. 3주택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전체의 한 3% 정도밖에 되지 않았어요.
거꾸로 얘기하면 90% 정도의 물량을 1주택 내지 2주택자가 갖고 있었다는 얘기고, 그 얘기는 굉장히 사실은 실수요시장에 가까웠단 의미도 되는 거죠. 정부가 얘기했던 건 다주택자들이 집을 좀 더 갖길 어렵게 만들고, 실수요자들을 보호하겠다, 이런 얘기들을 했는데 실제로 정책이 그 방향으로 가지 않았어요.
▶서기열 기자
가격 결정에 가장 기본적인 기준이 되는 공급에 대해서 좀 얘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2017년부터 집값 상승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상승기에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었고 공급은 부족했다, 이렇게 진단하셨어요.
▷김민규 작가(구피생이)
8·2 대책에서 진단을 하기를 최근 5년간 서울과 수도권의 공급 여건은 안정적이고 충분하다, 그 근거로 서울시내에 5년간 평균 7만5000가구가 공급되고 있다, 이런 얘기들을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그 7만5000가구라는 숫자 자체가 사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공급은 다 아파트잖아요. 아파트만 따로 추려놓고 보면 한 3만 가구 남짓 내지는 그 언저리에서 지난 10년 동안 공급이 돼왔던 여건이었거든요. 나머지는 다른 형태의 주택들을 포함해서 7만5000가구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서기열 기자
빌라라든지..
▷김민규 작가(구피생이)
뭐 오피스텔도 포함이고요. 그 당시 서울시내 아파트가 160만 가구 조금 넘게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아파트의 수명을 한 50년이라고 가정해볼게요. 그럼 연간 2%씩은 새로 지어야 하잖아요. 감가상각이 되니까요. 그럼 3만2000가구 정도는 매년 반복돼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거든요. 이 2%라는 숫자는 주택시장의 어떤 특별한 수요의 증가가 없다고 하더라도 계속해서 유지돼야 하는 숫자였던 거죠.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뭐였냐면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3만 가구 정도 공급이 됐던 게 사실은 뉴타운사업이나 이런 것에 기댄 것들이 좀 많이 있었는데요. 최근 상황은 어떤가 하면 뉴타운사업 이제 다 끝났죠.
▶서기열 기자
그렇죠.
▷김민규 작가(구피생이)
신규 지정 없고, 있던 데도 사실 많이 해제했습니다. 재개발 자꾸 하면 살던 사람들 다 쫓겨난다, 이런 걱정도 좀 있고요. 건축 같은 경우는 그렇다고 뭐 쉽냐 하면, 재건축하면 또 집값 오른다고.
▶서기열 기자
허가를 잘 안 하죠.
▷김민규 작가(구피생이)
사실 2017년 시점에 그 이후로 한 몇 년을 연간 3만 가구 정도는 꾸준히 공급을 더 할 수 있을까, 이것도 사실 걱정되는 시점이었요. 그런데 정부의 생각이 굉장히 낙관적에 가까웠고, '굉장히 충분한데 다만 미꾸라지들이 좀 문제다' 이런 평가들을 그 당시에 좀 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올해, 내년, 내년 이후는 사실은 공급이 굉장히 많이 더 줄어들 것으로, 그렇게 예측이 되고 있습니다.
▶서기열 기자
그런데 정부는 그러다가 한 번 바뀐 게 2018년에 3기신도시 공급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조금 바뀌었던 것 같아요.
▷김민규 작가(구피생이)
'진짜로 공급 좀 충분한데 하도 걱정들을 하니까 우리 할 수 있는 거 있어. 있고, 대규모로 택지지구 만들고, 신도시 언제라도 할 수 있고, 할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라' 하고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한 대책에 가까웠는데, 문제는 그때 지정한다고 그 다음 해에 바로 뭐 뚝딱 공사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서기열 기자
실제 공급효과가 발생하기 까지만 한참을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어야만 했다는 거죠.
▷김민규 작가(구피생이)
네, 그리고 사람들은 사실.. 웬만하면 서울 근처에 살고 싶잖아요. 내가 생각하는 건 사실 가까웠으면 좋겠는데, 애들 키우려면 어린이집 시간 맞춰서 찾으러 가야 하잖아요. 그런데 막 1시간 이상씩 버스를 타고 가야하면 와닿지가 않는 것이었고요. 그 다음 또 한 가지 문제가 있어요. 이 3기신도시가 7월부터 사전청약에 들어갔죠. 이게 또 기준이 너무 까다롭다는 것이죠.
▶서기열 기자
청약에 지원할 수 있는 조건이?
▷김민규 작가(구피생이)
네. 일단 또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일정 물량 빠져나가고요. 그 다음부턴 청약예금 점수순이고, 그것조차도 그 지역에 몇 년 살았느냐를 갖고 기준이 나뉘고, 당해지역이냐 기타지역이냐 이것으로 비율이 또 나눠지고요. 그 다음 소득기준도 있습니다. 자산기준도 있고. 차도 비싼 거 타면 안 된다고 하죠.
▶서기열 기자
너무 걸리는 게 많네요.
▷김민규 작가(구피생이)
많아요. 그런데 이게 집을 진짜 사고 싶은 사람들은 경제력이 되는 사람들이고, 그 사람들이 갖고 있는 눈높이 자체가 꽤 있거든요. 집값을 움직인다고 하는 사람들이 누구일 것이냐. 결국은 또 사실 이런 사람들이에요. 그럼 이 사람들은 빠져 있는 공급대책이 또 사실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서기열 기자
근본적인 한계가 있네요.
▷김민규 작가(구피생이)
2010년에 과거에 이제 보금자리주택이라고 해서 사전청약을 받았던 적이 있어요. 우리 생각 같아선 2010년 사전청약 했으니까 2012년쯤 본청약 하고, 2014~2015년이면 입주를 하겠구나 이렇게 돼야 하는데, 이분들이 언제 입주하셨냐면 아직까지 입주 못 하신 분도 있어요.
▶서기열 기자
10년이 넘었는데.
▷김민규 작가(구피생이)
네. 믿어지지가 않는데 사실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이분들은 그런데 사전청약이 당첨되는 순간 본청약 때까지, 그냥 입주할 때까지 계속해서 무주택을 유지해야 되거든요.
▶서기열 기자
중간에 뭘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네요.
▷김민규 작가(구피생이)
살 수가 없죠. 이렇게 시대가 급변하는데 언제 지어질지도 모르는, 분양가도 확정이 안 된 사전청약 딱 하나만 믿고 한 10년을 기다린다, 사실 좀 상식적이지 않은 얘기죠. 그런데 그렇다고 하면 서울시내에 뭔가 괜찮은 집이 더 나올까, 이런 기대가 있어야 하는데 가만히 생각을 해보세요. 지금 상황이 달라진 게 별로 없죠. 하다하다 안 되니까 이제 유휴부지, 공공청사, 이런 거, 온갖 얘기들이 많이 나왔었죠. 나온 지가 벌써 꽤 많이 흘렀는데요.
▶서기열 기자
그리고 또 집값을 잡기 위한 대출규제는 갈수록 강력해졌습니다.
▷김민규 작가(구피생이)
8·2 대책에서 나왔던 LTV 70%가 서울 같은 경우 40%까지 줄어든 거. 다주택자들을 좀 겨누거나 그랬으면 정책의 취지는 맞았을 것 같은데 그 당시 생각해보시면 전세가율이 이미 한 75% 이상이 돼 있는 상황이었죠. 다주택자들이 사실 대부분 전세를 끼고 사든가 해서 다주택일 테니까, 그렇게 놓고 보면 어차피 이분들은 은행에서 대출을 한 푼도 안 받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럼 70%에서 40% 됐을 때 누가 대상이 되느냐면 결국 내집마련 하려는 실수요자들이었어요.
▶서기열 기자
실수요자들에게.
▷김민규 작가(구피생이)
최근에 나오고 있는 DSR 이런 얘기들이 있는데요. 대출원금과 이자 상환하는 게 소득의 몇 % 정도 되는지 이걸 갖고서 대출을 내주겠다. 그런데 이것도 가만히 보면 사실은 실수요자에게 굉장히 가혹한 규제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게, 젊은 사람들이 문제죠. 아직까지 그렇게 월급이 아주 많지 않고, 모은 자산도 많지 않지만 그래도 앞으로 20년 이상 직장생활을 하고 돈을 모을 것을 가정하고 본인 소득의 상당 부분을 이자비용으로 내더라도 일단 내집마련이 하고 싶었던 사람들, 이분들이 이미 LTV에 걸려서 상당 부분 기회들이 막히고 있는데, 이분들에게 조금 더 큰 타격이 올 거예요.
젊은 사람들이 집을 못 산다, 이런 비판이 나오니까 뭐가 있었냐면, 그럼 젊은 사람들은 LTV 90%까지 풀어줄게, 뭐 이런 얘기를 했었잖아요. 그런데 이게 겉과 속이 다른 거죠. DSR이 적용되는 순간 LTV 90%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사실 없어지는 거죠. 그러니까 또 부모님에게 돈 빌리고. 그러니까 또 차용증을 썼냐, 자금계획서 내라, 세무조사 나온다, 뭐 이런 거 나오고. 그래도 안 되니까 이제 갭투자가 막 늘어나기 시작했죠. 그러다 보니 막 서울시내 아파트들 같은 경우는 전체 거래 과반이 전세 끼고 샀다, 갭투자다, 이걸 과연 참 투기라고 얘기할 수 있는가, 그런 생각이 드는 거죠.
▶서기열 기자
뭔가 미리 사놓는 성격의 실수요자일 수도 있는 건데 이런 갭투자마저도 투기로 다 몰아붙였던 거잖아요.
▷김민규 작가(구피생이)
이 갭투자라는 게 참 미묘한 얘기이고, 좀 다양한 측면들을 볼 필요가 있어요. 이렇게 한 번 보시죠. 무주택자가 진짜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걸 어떻게 봐야 할까요.
▶서기열 기자
현재 내 수중에 있는 돈으로 사긴 힘드니까 미리 사놓고 그만큼을 나중에 몇 년 뒤에 내가 갚고 들어가겠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김민규 작가(구피생이)
거기에 가장 강력한 전제는 나중에 사면 지금보다 가격이 더 올라 있을 것 같다는 공포거든요.
▶서기열 기자
그렇죠.
▷김민규 작가(구피생이)
1주택자가 전세 끼고 사는 것도 자기가 입주하려고 그럴 수도 있거든요. 왜냐면 임대차법이 바뀌어서 세입자들이 계약갱신청구가 되고 그러다 보니까 기간이 정확하게 맞질 않아요. 그러다보니까 전세기간 남은 만큼을 좀 갖고서 사야하는 경우도 분명히 생기고요. 너무 여러 가지 사연들이 사실 있고. 애초에 하나의 발단 중의 하나는 채수가 몇 채냐에 지나치게 집착했던 부분들.
▶서기열 기자
소유하고 있는 집이 몇 채냐.
▷김민규 작가(구피생이)
그렇죠. 1주택자가 갭투자해서 2주택 됐네. 이 사람은 투기수요일까, 내지는 무주택자가 갭투자하는 건 그럼 한 채 되는 거니까 괜찮은 건가. 이런 어떤 철학적인 문제들이 꼬이기 시작했던 거죠.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전체 시장에서 3주택 이상자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사실은 3%밖에 안 됐었다는 거. 이게 굉장히 사실은 짚어볼 만한 포인트라고 봅니다.
▶서기열 기자
그리고 또 대출규제와 함께 세금은 또 더욱 강력해졌어요.
▷김민규 작가(구피생이)
좀 거래가 열심히 되고 왔다갔다 해야 시장이 균형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되고 여러 가지 도움이 될 텐데 일단 다주택자가 집을 팔기가 대단히 어렵죠. 양도세율이 3주택 이상자 같은 경우는 70% 넘어가는 경우들이 많거든요. 다주택자가 일단 물량 공급자로서 할 수가 없게 돼있고. 그렇다고 해서 1주택자도 내집을 파는 순간 이 주택보다 못한 집으로 가야 되는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까 뭐.. 될 수가 없어요.
▶서기열 기자
일부에서 비판하기론 세금 더 걷으려고 이렇게 한 거 아니냐, 이렇게 얘기하기도 하고. 집값 잡는 건 그냥 명분 아니었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의 상황인 것 같아요.
▷김민규 작가(구피생이)
보유세 부담이 이렇게 증가하면 당연히 전세를 주고 싶은 사람이 없어질 수밖에 없어요.
▶서기열 기자
그렇죠. 계속 들고 있으면 내가 또 세금을 내야하는데요.
▷김민규 작가(구피생이)
임대사업으로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의 전부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까 굉장히 의욕차게 추진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앞뒤로 준 영향들이 좀 엉뚱했고, 너무 전체를 좀 도발하는 식으로, 엉뚱한 결과들을 많이 초래했었다는 것이죠.
▶서기열 기자
네. 알겠습니다. 오늘 김민규 작가님 모시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민규 작가(구피생이)
감사합니다.
기획 집코노미TV 총괄 조성근 디지털라이브부장
진행 서기열 기자 촬영 김윤화·정준영 PD 편집 김윤화 PD
제작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한경디지털랩
관련뉴스